악플러에 칼 빼어든 정준하흑역사도 도려낼 수 있을까

방송인 정준하가 악플러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혔다. 그 이유는 자신에 대한 단순 비난과 조롱을 넘어 가족에 대한 희롱과 인신공격은 참을 수 없어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10년을 참았고, 선처는 없다고 했다.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린 정준하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과 정서는 공감과 동정만이 아니다. 부정적인 반응들도 꽤 많다. 왜 그럴까?

가족에 대한 비방과 인식공격은 고소를 해버리면 된다. 그것에 대해서는 대중들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정준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해줄 것이다.


하지만 정준하에 대한 악플 내용은 가족에 관한 게 주가 아니다. 더 많은 부분은 ‘무한도전’ 등 정준하가 출연했던 예능에서 자신이 보여준 부정적인 모습들이다. 그것들이 합쳐져 ‘짤’로 돌아다니는 데 대한 분노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정준하의 악플 고소 방침의 효과는 자신의 예능 흑역사를 잠재운 게 아니라, 오히려 리마인드 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술집사건,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편에서의 기차안 민폐, 김치전 요리에서 드러난 인성 등 안좋은 모습들을 새삼 확인해주었다.

정준하가 의도했던 그림은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잘못 읽다보니 모처럼의 인터뷰는 언론플레이로 비쳐지게 되면서, 본인이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정준하가 자신에 대한 과거 사건들을 끄집어내는 것에 대한 방어를 하려다 보니 이런 식의 대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그 불가피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대중을 상대하는 방송인이 자신의 과거 잘못이나 과오가 다시 거론됐다 해도 사과를 할 일이지, 가족을 내세워 감성적으로 대응한 것은 대중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짤’로 돌아다니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가족에게만은 악플을 달지말아달라”라고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정준하의 예능 캐릭터는 한마디로 ‘바보형’이다. ‘무도’이전 2002년 방송된 MBC ‘브레인 서바이버’에서부터 덜 떨어진 캐릭터를 각인시키며 인기를 얻었다. ‘무도’에서도 덩치 큰 형이 동생들에게 매번 당하니 재미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예능밖으로 조금 나와서 거론 될 때는 여유를 가지고 대응하는 게 좋다. 그래서 예능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디라고 하지 않았는가.

정준하의 이런 행보가 자칫 징징거리고 칭얼대는 이미지가 생기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을 향한 이번 대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이미지가 웃음을 주기 위해 예능에서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은 좋지만 이게 현실로 이어지면 대중들이 좋아할지 의문이다.

서병기 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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