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균주 소송전’ 美서 국내로… 대웅 “사실상 끝” 메디톡스 “아직 아냐”

美법원 “소송 적합한 곳은 한국”
대웅 “소송 부적합 판단한 것”
메디톡스 “원료 출처 등 공개해야”

지난 해부터 1년 넘게 이어져 온 보톡스 균주 논란이 결국 국내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 간 감정 싸움이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지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두 업체 간 감정의 골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게 보톡스 제품을 제조하는데 쓰는 원료인 보톡스 균주가 어디서 왔는지 공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대웅측이 이에 반응하지 않자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자사 보톡스 및 제조공정 일체를 도용당했다며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 파트너사인 알페온 등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최근 미 법원은 이번 민사 소송에 대한 ‘명령문(Minute Order)’을 내놨다. 명령문에는 ‘모든 요인을 고려해 본 사건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며 ‘한국에서 진행 상황을 본 뒤 내년 4월 13일에 속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 법원 판단에 대해 대웅과 메디톡스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이 메디톡스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메디톡스 주장은 자신들보다 미국 진출에 앞선 ‘나보타’ 발목잡기 전략이었단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메디톡스 소송으로 위협받았던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신뢰도가 회복되는 한편 나보타의 선진국 진출도 힘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메디톡스측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미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한국에서 대웅제약 등에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진행 여부에 따라 2018년 4월 13일 속개한다고 나와 있다”며 “미 법원 명령에 따라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대웅제약은 보유 균주의 획득 경위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조속히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에 또 다시 대웅은 미 법원의 판결은 미국에서 소송이 사실상 종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을 대리한 김상윤 변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판결을 통해 메디톡스가 제기한 영업비밀 관련 민사소송이 미국이 아닌 한국 법원에서 다투어져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메디톡스가 대웅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에서 민사소송은 실질적으로 종결된 것으로 메디톡스가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한국 법원에서 그 소송이 진행되면 그 후 미국 법원의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재차 대웅에게 “대웅제약이 보유한 균주의 획득 경위, 장소, 발견자, 공정 개발자, 그리고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등과 관련해 당사자 및 전문가, 규제 당국자들이 참여한 공개토론을 여는 것이 곧 분쟁의 종결”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결국 국내에서 민사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톡스 균주 논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이 다른 만큼 결국 누가 맞고 틀린지 법의 판단에 맡기게 됐다”며 “다만 업체 간 다툼이 오래되면 보톡스 산업 및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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