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기약없는 중기부 장관 임명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꾸었던 역사를 보았기에, 현명한 우두머리를 세우는 일은 인간의 오랜 열망이요 의무다. 촛불 민심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대통령을 바꾸면 ‘좋은 세상’이 열릴 거란 기대는 표심을 갈랐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말도 있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민심이 요동치었던 역사를 무수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장(首長)없이 공전하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방치하는 문재인 정부가 매우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째이고, 국회 동의를 거쳐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지 4개월째다. 그런데도 아직 새 정부는 신설부처의 초대 장관을 임명하지 못했다. 장고(長考) 끝에 장관 후보로 지명했던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자격 논란 끝에 국회 문턱에서 낙마한지도 벌써 한 달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해 검증 절차를 밟는 중이며 조만간 후보자 지명이 있을 거란 소문만 흘러나올 뿐이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장관부재로 인해 후속 인사를 못하다 보니, 조직 내 4개실 가운데 창업벤처혁신실, 중소기업정책실 등 중소기업정책을 펴는 핵심부서의 2개 실장이 공석 중이다. 장관 임명을 서둘러야 할 이유를 모를 리 없을 터인데, 청와대가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가 싶다. 안일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모질어 보이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어떤 곳 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중소기업 진흥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수없이 신설을 공약했던 부처 아닌가.

낙마한 박 장관 지명자가 스물 일곱 번째 후보자였다는 사실 확인에 무력감까지 든다. 고심해 선택했던 스물 일곱 번째 후보가 낙마하고 말았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그에 앞서 후보 군에 올랐던 스물 여섯 명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부적격자로 판명되거나, 장관직 제의를 고사한 셈이기 때문이다.

장관 인선 실패의 원인은 인적자원 풀을 너무 좁게 가져간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험 많은 관료 출신은 물론 진보, 보수 성향을 따지지 않고 능력 있는 인사들을 후보로 올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자성도 마침 들린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개혁ㆍ혁신 코드의 중소벤처기업가를 장관 후보로 우선 꼽다 보니 인재풀이 적었고, 일이 꼬였다. 실제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달 15일 박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있은 뒤 공식브리핑에서 “한국벤처의 새로운 아이콘을 찾아서 모시고 싶었다”며 정황을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 인사라인은 이제 “이상은 높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자신들을 향한 시장의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현행법은 기업오너가 공직에 임용되려면 보유 주식의 일정 분 매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백지신탁’ 제도가 있다. 이에 경영권 포기를 바라지 않는 오너 기업인들은 대개 공직에 나서기를 꺼린다. 정치와 담을 쌓는 것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는 길이란 신념에 따라 정부나 정치인과 거리를 두려는 기업가도 많다. 혁신 아이콘의 기업가를 초대 장관으로 모시려던 계획에 잘못은 없다. 잘못은 계획이 불발하면 차선에 매진해야 하는데, 옹졸해 보일 만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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