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전 203기’지은희…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신지애와 경쟁, 스윙교정 후 주춤
물 위 부표 향해 피나는 샷 연습
8년간 인고의 세월…마침내 정상

지은희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코앞에 두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3라운드가 끝났을때 2위에 무려 6타 차나 앞서고 있었지만, “두 시에 깨고, 네 시에 또 깼다”고 털어놨다. 그리고는 “(자다가 깨서) 퍼팅 스트로크 연습을 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샀다.

동료들이 “우승이 확실하다”고 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LPGA 우승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지은희가 22일까지 다시 우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025일이었다. 203개 대회만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8년 만에 우승한 지은희(31)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지은희는 이 대회우승으로 세계 랭킹 4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연합뉴스]

아마추어 시절부터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지은희로서는 2009년 US여자오픈 우승컵을 거머쥘 때 다음 우승이 2017년에야 온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21일 밤 잠은 그래서 설쳤다.

축하 샴페인 세례 대신 후배들과 일일이 포옹하는 것으로 우승 세레모니를 마친 지은희는 ‘언제쯤 우승을 확신했느냐’는 물음에 “전반 9홀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며 “워낙 오래 우승을 못 해봐서 18번 홀로 가면서는 오히려 더 긴장됐다”고 답했다.

2008년 웨그먼스 LPGA와 2009년 US여자오픈에 이어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지은희는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오늘 우승이 나왔다”고 말했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아버지 지영기씨를 따라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지은희는 국가대표 출신이며, 고교 1학년때인 2002년 한국여자아마추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고2 때인 2003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김영주골프 여자오픈, 박세리와 한조에서 경기한 엑스캔버스 여자오픈에서 연속 준우승하며 ‘신동’ 탄생의 기대감을 안겼다.

1986년생 지은희는 1988년생 전후인 ‘세리 키즈’와 경쟁한다. 고교땐 송보배와 아마 최강을 겨뤘고, 프로전향 뒤엔 안선주(30), 신지애(29)와 함께 ‘빅3’로 불렸으며, 최나연(30), 박인비(29), 김인경(29), 박희영(30)과도 경쟁했다.

2004년 8월 KLPGA 투어에 입문한 그는 2007년 5월 휘닉스파크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고, 그해 브리티시오픈 공동 5위, 국내 LPGA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준우승의 성적을 올렸다. 2008년 LPGA 투어 웨그먼스대회에서 첫 승을 따내고, 2009년 메이저 중 메이저인 US여자오픈까지 우승했다.

탄탄대로일 줄 알았지만, 2010년 스윙 교정에 들어가면서부터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졌다.

인고의 세월은 김인경의 2배, 꾸준함은 유소연급이다. 우승을 못해도 꾸준히 상금 랭킹 30∼40위권을 맴돌았다. 2015년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아쉬운 우승 기회를 놓쳤던 지은희는 결국 대만에서 8년 3개월만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키 162㎝로 크지 않은 지은희는 아이언샷을 잘한다. 아버지가 가평 수상스키연습장 물 위에 띄워 놓은 표지를 보고 아이언샷 연습을 했고, 공이 다 떨어지면 아버지가 강물에 들어가서 공을 주워왔다. 아버지의 노고를 생각하며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하얀 얼굴에 검은색 옷을 즐겨 입어 ‘미키 마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지은희는 LPGA와의 공식인터뷰에서 “8년이나 기다린 우승이라 그냥 행복한 것도 아니고 ‘슈퍼 해피(Super Happy)’한 날”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리디아 고, 제니 신과 한 조가 돼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동반자들에 대한 우정 표현도 잊지 않았다.

지은희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시즌 LPGA 15승을 합작해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함영훈 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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