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창업 활성화는 규제 장벽 해소로 출발해야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혁신성장 추진전략의 첫 결과물이다. 기업이나 대학, 정부연구소 등의 우수한 인력이 마음 놓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무엇보다 반갑다.

이번 방안에는 다양한 지원 제도 등 눈 여겨 볼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우선 앞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육성에 쓰기로 했다는 게 그 골자라 할 수 있다. 20조원 규모인 기존 대출프로그램과도 연계하면 전체 공급 규모는 30조원으로 늘어난다. 잘 운용하면 신생 벤처가 커 나가는 데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를 11년만에 부활하고 엔젤투자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한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기존 창업자에 대한 배려도 크게 늘렸다. 창업 후 3~5년차에 사업 실패율이 급증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겠다는 건 꼭 필요한 조치다. 대기업 분사 창업에 실패할 경우 재입사가 가능한 창업 휴직제도 등 패자부활 기회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만하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자금부족으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신생 벤처들에는 희망의 동아줄이 될만하다.

창업 생태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서울은 24억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2640만 달러로 무려 100배 차이가 난다. 중국 베이징만 해도 1310만달러나 된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 환경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하다는 얘기다. 창업도 쉽지 않은데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환경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든 개선해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일단 평가할 많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창업 생태계 근육이 키워질지는 의문이다. 결국 문제는 규제인데, 이번 방안에는 이를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얘기는 단 한 마디도 없다. 역대 어느 정권도 벤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창업 생태계가 좀처럼 나아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중 삼중으로 둘러싸인 각종 규제가 창업의 열정과 의욕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우리 환경에서 창업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란 소리도 나올 정도다. 벤처를 활성화 하는데는 백가지 지원방안보다 한 줄의 규제 완화가 더 효과적이다. 규제의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는 게 그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약속한 것이다. 혁신창업은 이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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