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4차산업혁명의 선행조건

하루에도 수십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가 뉴스와 신문기사를 통해 다뤄진다. 주제는 주로 신기술이다. 인공지능(AI) 상품검색 시스템, 실제 인공지능 로봇이나, 바둑 두는 AI 알파고의 등장도 최근들어 뜨겁게 다뤄졌다. 기술 수준만 보면 내년 후년이라도 당장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질 것만 같다.

이같은 기술 일변도의 이슈에선 가장 중요한 주제가 빠져있다. 바로 기술이 뿌리내리기 위한 사회제도와 문화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같은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산업계 전반에서는 뜨겁게 일고 있다.

앞선 기술에 맞는 정책과 성숙한 인식이 병행돼야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만 시선이 쏠린 건 아닌지 ‘중간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냐’가 아니라 ‘이런 방향이 좋은가’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사회의 신뢰 수준, 즉 제도나 문화 수준이 미비해 현실에서 제약을 받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의 제한속도다. 현재 대부분의 승용차는 200km/h 정도까지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아우토반 같은 예외를 빼면 대부분 국가의 법정 최고속도는 100km/h 내외다. 교통 법규 미준수로 인한 사고를 우려해 제도적으로 제한을 걸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로보다 안정적인 레일을 달리는 열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KTX를 포함해 세계 고속열차 대부분이 일상 운행에선 최대 속도보다 한참 느리게 달린다. 혹시 모를 운영상 문제와 이로 인한 안전사고를 고려한 것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갖춰 놓은 운영 체계가 발목을 잡는다.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인 여객기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인류가 여객기를 운항한지 100여년이 지났지만 속도는 여전히 1000km/h 수준. 음속을 돌파하는 콩코드 여객기가 이미 오래전에 개발됐지만, 현재는 운영이 되고 있지 않다. 적자누적과 함께 지난 2000년 추락 사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당시 활주로에 떨어진 작은 부품이 이륙하는 콩코드 여객기에 튀어 화재가 발생했고 큰 사고가 생겼다. 1970년대 제작됐지만 공항관리 운영상의 미비점으로 상용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초음속 여객기도 마찬가지의 전철을 밟은 바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성장해온 이같은 운송수단의 역사는 기술의 상용화에 있어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9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총체적 변화와 국가전략과 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향후 4차산업혁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 기구를 통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4차산업혁명. 용어 정의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긍정적인 파급효과에는 산업계와 학계 전반이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각광받는 기술을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고 세계 시장을 리드하려면 이에 걸맞은 정책과 문화도 갖춰져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기술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대한 신뢰 또한 중요하다. 국가가 아무리 중요성을 역설해도 ‘과연 될까’하는 회의적 여론이 지배하면 혁명적 변화는 어렵다.

한국 역시 4차 산업혁명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기술 뿐 아니라 신뢰사회 구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이는 단기간에 특정 계층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사회 전반이 거시적 관점으로, 신기술에 걸맞은 정책과 문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디지만 가장 확실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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