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칼럼] 하나의 애국가, 두 개의 팀

지난 10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래 산타클라라에 있는 미식축구장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홈팀 샌프란시스코 49와 댈러스 카우보이와의 경기는 당대 최고 인기팀이 겨루는 ‘리틀 빅혼(Little Big Horn)의 대결’이었다.

사생결단의 승부로 표현되는 이 말은 지난 1876년 미국 중북부 몬태나주 리틀 빅혼 강에서 미군과 인디언간에 벌어진 역사적인 싸움에서 유래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인디언을 내쫓기 위해 남북전쟁의 ‘명장’ 커스터가 이끄는 기병대를 파견했는데, 필사적으로 맞선 인디언 전사들에 의해 3백여명의 미군이 전멸했다. 이 전투에서의 승리로 인디언들은 막강한 전세를 보여주었지만 백인들의 경악과 분노를 초래해 이후 강력한 미군들이 파상공세를 펼쳐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댈러스는 샌프란시스코를 40-10으로 대파, 1980년이후 홈팀 샌프란시스코에 홈경기 최악의 패배를 안기고 7연패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보다 더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국가 연주때 보인 두 팀 선수들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대표적인 ‘미국의 팀’으로 알려진 댈러스 선수 전원은 모두 서서 성조기에 대한 예의를 지킨 반면, 샌프란시스코 에릭 라이드 등 6명의 선수들은 한쪽 무릎을 꿇어 국민의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샌프란스시코 선수들은 3주전에는 24명 정도의 선수가 국가 연주시간에 무릎 꿇어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미식축구 경기의 국가 연주에서 낯선 장면이 연출된 것은 지난 해 샌프란시스코 쿼터백 콜린 케페르닉이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경찰의 무차별 사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부터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 연주때 대부분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서서 국가에 대한 예의를 취했다. 하지만 2013년 샌프란스시코의 슈퍼볼 우승을 이끌었던 케페르닉의 시위이후 흑인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동참을 하면서 국가 의식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 선수 노조 드모리스 스미스 위원장 등은 32개 구단주들과 함께 최근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이 자리에서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며 NFL과 구단들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제재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NFL 규정은 선수들에게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국가를 부를 때 서 있는 것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다만 사이드 라인 안에 있어야 한다고만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선수들의 항의 시위에 불만을 갖는 일부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트위터에 “국기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당장 끌어내 ‘너는 해고야’라고 말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들에게 스포츠 경기 이전에 먼저 애국심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선수들이 국가 연주때 무릎을 끓을 수 없도록 규정을 법제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애국심을 내세워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유도했지만 흑인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인종 이슈에 대한 ‘개념있는 행동’은 좀처럼 사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촛불 집회 1주년을 맞은 우리나라도 스포츠 선수들은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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