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프랜차이즈 선진화 대장정, 이제부터 시작

염소 두 마리가 한 고삐에 매여 있다. 양쪽에 여물을 놔뒀더니 애를 써 자기 쪽 여물을 먹으려하지만 고삐 줄이 짧아 서로 팽팽하게 맞서기만 한다. 서로 내가 먼저 먹겠다고 뿔을 박으며 싸우기까지 한다. 맛있는 여물을 앞두고도 다투는 바람에 배를 굶던 염소들은 뒤늦게 깨닫고 서로 화해했다. 같이 가서 한쪽 먹이를 먹은 뒤 사이좋게 다른 한쪽의 먹이까지 배불리 나눠 먹는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까지 맡다보니 프랜차이즈 관련 경영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가맹점주를 먼저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게 다냐’는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배려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동안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들의 대화가 끊어지고 신뢰가 무너져 잘 커나가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여러차례 지켜봤다. 이들이 갈등을 빚고 결국 무너지는 배경은 엄청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계약대로 하지 않는다’, ‘회사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불신을 풀지 못해 결국 공멸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여럿 지켜봤다.
최근 운영하는 회사의 창사 25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미국의 유수한 교육관련 글로벌 마스터 프랜차이저(global master franchisor)가 한국 진출을 위해 가맹사업권자, 즉 한국내 마스터 프랜차이지(Korea master franchisee)를 찾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몇날 며칠 밤을 새워 사업계획서를 준비해 국내 유수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가맹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엄격하게 말하자면 현재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franchisor)들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으로서의 직(職)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가맹본부의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고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프랜차이지(franchisee)인 셈이다. 중립적 입장에서 양 쪽을 다 쳐다볼 수 있었고 그러려고 노력했다.

또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함께 등에 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는 동반자다. 더욱이 아차하고 발을 헛디디면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힘든 오르막 비탈길을 함께 걸으려면 서로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협회가 자정 혁신안을 준비하며 대화를 통한 신뢰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둔 이유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업계의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지난 3개월 동안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지난달 27일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혁신위원회의 권고의견에 따라 자체 ‘자정 실천안’을 발표했다. 자정 실천안을 놓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맹점사업자는 물론이고 가맹본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산업특성상 당연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평가를 모두가 새겨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한국 프랜차이즈의 선진화로의 대장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