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인공지능에 거는 기대

후진 사회일수록 크고 작은 갈등으로 날을 새운다. 법치가 작동하지 않거나 법규범 보다는 다른 기준에 의해 작동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다른 경우란 자의성, 포괄성 등 추상적 개념이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자의성은 권력측이 정해진 규범에 의하지 않고 행하려는 성질인데, 이른바 ‘월권’ ‘갑질’ ‘탈법’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구성개념이다. 자의성을 구성개념으로 엮어보면 그 횟수로 후진성의 정도를 측정해볼 수 있게 된다.

포괄성 역시 권력측의 억압적 행위에 자주 동원되는 개념이다. 일정한 범위와 형식을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의성과 유사하다. 구분은 앞의 것이 규범에 관계된 것이라면 포괄성은 행태적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의성은 ‘제멋대로 법도 없이’, 포괄성은 ‘오지랖 넓게’ 쯤 된다고나 할까.

인공지능(AI)이 점차 생활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람과 바둑판 대결이 몇 번 벌어진 것 같더니 이제 의료, 보육영역은 물론 고도의 통찰력이 요구되는 예술, 경영 분야까지 진입하고 있다. 신뢰성 문제에 관한 한 빠르게 인간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AI는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학습하는 능력에서 인간 보다 수십, 수백배 뛰어나다. 인간이 AI의 하수인이 될 것이란 걱정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변증법의 도식에 의해 재구성되는 중이다. AI에 거는 기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자신이 속한 생물집단의 부정확성을 줄여준다는 점 때문에 이 무생물적 판단체계에 오히려 환호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의성과 포괄성을 허용함으로써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 왔다. 고장난 바퀴처럼 굴러오면서도 문제 해결은 멀고도 드뎠다. 자의성과 포괄성 외에도 우리는 인간이란 이름으로 범해지는 오류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상당수는 인간의 능력이나 판단체계의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이다.

우리의 규범체계 역시 과실, 비고의성을 이유로 관용의 범위를 확대하며 문제를 키워왔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의 봐줄 것인가? 대책없는 관용으로 우리 삶의 본질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심심찮은 인간의 오류를 인간적이라고 치부해둘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인간의 오류는 범죄적 결과도 상당수 낳았다. 행복추구, 자유, 안전, 평화란 천부적 인권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AI에 대한 기대와 기능주의적 시각이 증폭된 것은 이런 누적된 문제 때문이다. 제도와 집행의 부정확성, 원시성을 참아내야 하는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기저에 깔려 있다.

수치화와 정교화가 특성인 AI는 인간의 착오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 기계적이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자의성과 포괄성의 문제도 해결된다. 책임과 의무, 권리의 범위를 정확하게 한정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진단 및 처지, 수사와 기소, 판결에 대한 불만도 높다. AI의사, AI판사, AI검사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행정, 정치체계 마저 AI의 의사결정에 기대를 걸어야 할 정도다. AI의 조정능력이 고비용 저효율의 통치구조를 대신해줄 것으로 믿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의 실패를 AI가 수정해줄 것인지, AI의 비정성을 인간이 보완할 것인지 선후관계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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