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극작가 에스더 채 “혁신적 예술가로 남고 싶다”

애스더 채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배우, 연출가, 성우, 극작가, 스피치 코치, 대학교수….

한 가지도 쉽지 않은 직업을 6가지나 가진 팔방미인 재미동포가 있다. 재외동포재단 주최 ‘제20차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한 에스더 채(46·여 한국명 채경주)가 그 주인공.

채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서로 다른 일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을 창의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같다”며 “현실에 안주하기 싫어 도전해오다 보니 여러 타이틀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한국으로 들어와 초·중·고등학교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문을 두드렸다. 미시간대에서 연극이론 석사학위를 받았고, 예일대 드라마스쿨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등 이론적 지식도 탄탄한 배우다.

미국 NBC의 의학드라마 ‘ER’, CBS의 범죄 수사드라마 ‘NCIS’와 법률드라마 ‘로우 앤 오더’ 등에서 각각 기자와 정보요원, 변호사로 출연했다. 한류아시아스타상(2007),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선구자상(2010) 등을 수상했고, 2009년부터는 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세계적 비영리재단인 TED의 혁신팰로우로 활동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1세대인 그는 “동양계와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곳이 할리우드”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면 배우 이병헌처럼 확고하게 정상에 올라서거나 아니면 밑바닥에서부터 도전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이어 “현지인보다 더 영어표현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수없이 연습한 덕분에 성우로도 인정받게 됐고,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 자신을 알리는 스피치를 가다듬다 보니 남을 도울 수 있는 스피치 코치라는 직업도 갖게 됐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스피치 코치로서 채 씨는 “한국인은 무대 울렁증이 많고 남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에 서툰데 쉽게 고칠 수 있다”며 “좋은 연설의 핵심은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다. 발표 대본을 만들고 주어진 시간에 마칠 수 있는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명연설가들은 다 연습 후 무대에 선다”고 강조했다.

채 씨는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를 한 1인 4역의 모노드라마인 ‘쏘 더 애로우 플라이스’(So The Arrow Flies)를 발표해 뉴욕의 주요 극장에서 공연했고, 한국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연극축제에도 초청됐다. 이 연극은 2014년 미국에서 책으로 나왔고 2015년에는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올해부터 에머슨대 연기학과 교수로 임명돼 졸업반 학생들에게 영상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내년 2월 개봉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블랙팬서에 성우로 출연했다.

자신의 다양한 도전과 성취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TED 강연자로도 나서는 그는 “유학으로 미국에 건너온 동양계에 연기 경력도 부족했던 내가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늘 도전해온 덕분”이라며 “타인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혁신적 예술가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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