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연기내공 김혜수, 영화 찍은 뒤 “나는 한참 멀었다”

영화 ‘미옥’서 첫 액션 도전 ‘카리스마’
감정·욕망 감추는 배역 수위조절 고민

“예상 가능한걸 하는건 배우 아니다…
완성물 보며 한계 대면…배우의 숙명”

“나는 느리다. 한참 멀었다”

김혜수(47)가 영화 ‘미옥(이안규 감독)’ 관련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연기 생활만 30년에 자기만의 아우라를 확보한 배우치고는 의외의 말이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적지않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애초 배우로서의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다. 제 삶이 편협하고 얄팍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쫓아가기도 부족했다. 이제 무슨 얘기를 해야 되는지, 내 역할은 알겠는데, 내가 아는 것과 해내는 것의 간극을 느끼는 게 괴롭다. 남들이 잘했다고 해도 간극을 느낀다. 집중은 하지만 아는데 안될 때는 딱 죽고싶다. 그 순간밖에 기회가 없는데. 어릴 때는 어떻게 하는지를 알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더라. 드물게는 몰라도 해내는 배우가 있었다.”

김혜수는 영화‘ 미옥’에서 개인사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범죄조직 2인자‘ 현정’을 연기했다. 그는 첫 액션 영화를 통해 일반적 이미지와는 다른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김혜수의 이 말을 배우가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발전하기 힘들다는 정로로 이해가 됐지만, 역시 자기 체크에 철두하다는 느낌이 든다.

‘미옥’은 기업화된 범죄 조직 2인자 현정(김혜수)과 행동대장 상훈(이선균), 그리고 승승장구하다 이들에게 약점을 잡힌 검사 최대식(이희준)이 각자의 욕망을 펼치며 대결을 펼치다 파국을 맞는 누아르 영화다.

김혜수는 ‘미옥’에서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다. 촬영기간인 석달간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남성의 전유물인 누아르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도 이색적이다. 총을 들고 있는 모습과 은빛 반삭발 헤어스타일이 주는 강렬함은 김혜수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뜻밖에도 “액션이 두려워 그동안 많은 액션 영화 제의를 거절했다”고 했다.

김혜수가 맡은 현정(원래 이름이 미옥)은 개인사의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그는 “미옥이 조직생활에서 은퇴하며 평범한 삶을 꿈꾸는 설정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정역은 표현하기가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김혜수는 남성과 붙을때 느껴지는 일반적 여성 이미지와는 확실히 다른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상훈(이선균)은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캐릭터이고, 현정(김혜수)은 상황속에서 자기 감정과 욕망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고 감추는 수위 조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김혜수는 특수 직업을 자주 맡아왔다. 여배우로서 경험하기 힘든 역할도 맡는다.

“최근에 맡은 역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게 많았다. 직업적인 특수성이 있지만, 스토리 외에는 직업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직업을 전형적으로 만들 수 있다. ‘형사면 이래야 돼’ 라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인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 상황속에서 뭘 하려고 하는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몰입한다. 그래야 짜여진 동작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김혜수의 연기를 보면 김혜수의 모성(母性)을 연기하는 방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김혜수와의 인터뷰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다.

“얼마전 유럽권 영화 한편을 봤다. 줄거리에 대한 생각은 별로 안들고 인물을 계속 보게된다. 어마무시한 얘기도 아닌데 여자주인공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정서가 달라 공감은 못하지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저런 일을 하는 게 내 직업이 아닌가? 예상 가능한 걸 하는 게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수의 연기가 얼마나 많은 생각, 복잡한 내면을 거쳐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큰 일은 오히려 쉽게 푸는데 작은 일에는 복잡해진다고 한다. 큰 일을 마주하면 대범해서 잘 넘기는 게 아니라 단순해서 명확해진단다. 평소에는 복잡하지만 결정적일 때는 단순해진다고 한다. 김혜수는 “제대로 표현하는가 하는 고민과 함께 자괴감을 느낀다. 현장에서 완성물을 보면서 한계를 대면하는 작업은 배우에게는 숙명이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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