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알파고에 기죽지 말자

세상이 또 한번 알파고 충격에 빠졌다. 이번엔 알파고 제로다.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이 새로운 인공지능(AI)은 입력해준 걸 학습하는게 아니다. 원리만 알려주면 순수 독학으로 실력을 키운다. 동물 뇌의 ‘강화학습’ 능력을 가졌다.

한 수에 0.4초가 걸리는 초속기 바둑으로 36시간동안 490만판을 혼자 두면서 연구하더니 이세돌 9단을 압도한 1세대 버전 알파고 리의 실력을 넘어섰다. 40일 동안 2900만판을 혼자 둔 뒤엔 커제 9단을 꺾은 기존 최강 버전 ‘알파고 마스터’마져 깼다. 성장 속도에 입이 쩍 벌어진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함께 밀려온다.

알파고 제로의 제로(0)는 원래 인간의 선입견을 배제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젠 바둑 AI도 마지막이란 뜻으로 변했고 더 이상 인간과의 대결엔 의미가 없다는 걸 상징한다.

이제 관심은 알파고로 대표되는 AI가 가져올 변화다. 특히 일자리 시장에 불어닥칠 태풍은 가늠조차 힘들다. AI가 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등과 결합하면 의사, 운전자, 군인, 회계사 등 많은 직업에서 인간보다 능력이 월등히 우수한 인공지능 일꾼을 만들어 낸다. 4차 산업 혁명의 한 단면이다. 기존의 자동화와는 수준이 다르다. 고용시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떠밀려나게 된다.

속도를 늦춘다고 막아질 일이 아니다. 딥 마인드의 CEO 허사비스는 많은 직종이 AI로 무장한 자동화기기에 대체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더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인류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자동화의 상징처럼 된 아마존이 점점 더 고용을 늘리는 것도 사실이다. 무인 자동차로 운전기사가 사라지면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다루는 사람들은 더 필요해진다. 실제 산업혁명 당시에도 그랬다.

결국 그런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자동차가 발명되자 더 질좋은 채찍만들기에만 몰두했던 ‘마차 주인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알파고에 기죽지 않는 일이다.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래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AI가 아직 다가서기 어려운 분야는 많다. 알파고가 다른 일까지 바둑처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에도 진화의 단계가 있다. 자료를 모아 분석하면 정보의 단계로 발전하고 그걸 논리적으로 종합하면 지식이 된다. 알파고의 최고수준은 여기까지다. 그것도 바둑 한 분야에 국한된다. 지식의 윗단계인 지혜로 갈 수는 없다.

AI로 할 수 없는 분야를 개발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고 인간에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도 있지 않은가. 지난 6월 페이스북이 AI 챗봇(채팅로봇)끼리 빠른 속도로 댓글달기를 시켰더니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해 작동을 중단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견딜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간 미묘한 표현의 차이를 인공지능이 알 수는 없다. 하물며 번역임에랴.

언어 뿐만이 아니다. 감성을 담아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은 영원히 AI 무풍지대다. 창의력과 응용력을 결합해야하는 분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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