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는 적게, 고기·양파는 크게…‘OCI 자장면’의 탄생비화

故이회림 회장 요청에 만든 요리
매일 서너그릇…아는 이들의 별미

1993년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최상층인 20층에 중식당 호경전’(豪景殿)이 문을 열었다.

‘호사스러운 경치’라는 뜻을 가진 호경전은 특급호텔 중식당 중 유일하게 호텔 최상층인 20층에 자리를 잡아 개관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전면이 통유리로 둘려져 있는 메인 홀은 멀리 북한산과 광화문에서 시청앞, 소공동으로 이어지는 차량의 행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창가 끝쪽에 자리를 잡으면 빌딩 숲에 가려진 덕수궁의 처마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저녁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번잡한 낮 시간과는 또 다른 서울의 모습을 보여줘 도심 야경을 감상하려는 손님들로 더욱 붐빈다. 


호경전은 80석을 갖춘 메인 홀과 중소규모의 11개의 별실로 구성돼 있어 비즈니스 고객은 물론 가족이나 친지모임을 가지려는 단체손님에게 인기가 높다. 1998년 4월 최고급 집기로 새단장을 했고, 소규모의 모임을 위한 별실 특선메뉴도 준비했다.

그러다가 2008년는 요리의 대명사로 꼽히는 광동지방 요리를 중심으로 선보이기 위해 홍연(紅緣)으로 리뉴얼해 저층 로비에 새로 오픈했다. 호경전은 홍연으로 이름과 장소가 바뀌었지만, 호경전 때 단골손님들은 여전히 홍연을 즐겨 찾는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2017년 10월 별세한 OCI그룹의 고(故) 이수영 회장과 그의 부친이자 OCI(舊 동양화학)창업주인 고(故) 송암 이회림 회장이 꼽힌다. 홍연 메뉴판에는 없지만 수십년 간 꾸준히 팔리는 메뉴가 있다. ‘OCI 자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아는 사람만 찾는 메뉴이지만, 20년 넘게 하루 평균 서너 그릇 씩 꾸준히 팔린다. 생전의 이 회장 부자와 관련이 크다.

OCI자장면은 1996년께 만들어졌다. 당시 조선호텔 인근에 위치한 종합화학회사인 OCI의 이회림 회장이 조선호텔의 중식당 호경전을 찾으면서 만들어졌다. 그는 회사와 가까운 호경전을 자주 찾았고, 홍연으로 바뀐 뒤에도 최근까지 이곳을 즐겨 찾았다.

어느날, 이 회장은 호경전의 자장면을 먹다가 돼지고기와 양파를 크게 썰고 자장 소스는 적게 넣어 달라고 주문했다. 양파의 하얀 색깔이 잘 보일 정도로 소스를 적게 넣고, 고기와 양파는 씹는 식감이 한층 좋아졌다. 현재 홍연의 일반자장면 가격은 2만3000원이지만, OCI자장면은 2만8000원에 팔린다. 일반자장면 보다 특색있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OCI자장면이란 이름으로 불린 것은 2009년 무렵 부터다. 처음 이 메뉴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돼지고기 자장면’ 혹은 ‘이회림 회장님 자장면’이라고 불렸고, 말 그대로 이 회장만 이 메뉴를 즐겼다. 그러다가 2008년 호경전이 홍연으로 바뀌고, 2009년에는 ‘동양화학’이 ‘OCI그룹’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OCI자장면으로 불리게 됐다.

OCI자장면이라고 명명되면서 잠깐 홍연의 메뉴판에 정식으로 들어간 적도 있고,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찾는 이들이 생겨났다. 생전의 이 회장 부자만 즐기던 메뉴가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OCI자장면은 지금도 그의 직계가족을 비롯해 지인 등이 꾸준히 찾고 있어, 20년 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자장면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장연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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