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시진핑, 관계 정상화 시동…한중 정상회담 개최

-文대통령, 한중 정상회담서 ‘북핵 로드맵’ 마련할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협의 이후 양국 관계 정상화 및 북핵문제 해결을 놓고 한중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이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지난 7월 초 독일 함부르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128일 만이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양국관계의 걸림돌이었던 사드 갈등에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고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복원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최대 공통현안인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한 지 4일만에 시 주석을 만난다는 의미에서 문 대통령은 G2(주요 2개국)를 사이 ‘조율자’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동의하면서, 대북압박과 대화의 병행이라는 투트랙 기조에 의견을 일치했다. 양국 정상은 이 같은 기본원칙을 재확인하고 ‘압박’과 ‘대화’의 조건 및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10일 북한과 미국의 첫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대북국면이 대화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추진할 ‘협상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도 나눌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하루빨리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대화에 응하면 제재나 압박 수위를 조절하는 ‘더 큰 당근’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9일 공개된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같은 입장”이라며 “앞으로 그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핵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는 2단계 북핵해법 구상을 제시해왔다. 북한의 핵 동결을 시작으로 단계별 이행 과정에서 북한의 조치를 철저히 검증하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조율을 거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나가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는 단계에 이른다는게 골자다.

시 주석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중단이라는 ‘쌍중단’(雙中斷)과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진행을 뜻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강조해왔다.

두 정상 접근방식의 최대 차이점은 바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핵동결과 연계할 것이냐의 여부다. 현재 우리 해군은 미 핵추진 항공모함3척과 이날부터 14일까지 연합훈련을 하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로널드 레이건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니미츠호 등 미국 항공모함 3척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순차적으로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 진입해 한미 해군 연합훈련을 한다. 미 해군 이지스함 11척도 항모와 함께 훈련을 한다. 우리 해군 함정은 이지스구축함 2척을 포함한 7척이다.

미 해군이 항모 3척을 동원해 훈련을 하는 것은 2007년 괌 인근 해역에서 한 훈련 이후 10년 만이다. 우리 해군이 미국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창군 이후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와 한미 연합훈련을 연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말 첫 방미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간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바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CNA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핵폐기를 위한 협상이 본격화하면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축소 내지 중단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CNA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다음 단계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상응한 조치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보다 창의적이고 정교한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한중 사드협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밝혔다는 이른바 안보 ‘3No’ 원칙에 대한 언급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CN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힌 만큼, 시 주석이 관련 의제를 다시 언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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