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패키지’ 이연희가 여행가이드에 잘 어울렸던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에서 놀라웠던 것은 여행 가이드 윤소소로 나온 이연희의 능숙한 불어 실력이었다. 그런데 촬영전만 해도 불어를 몰랐다고 했다.

“촬영 한달전 불어 선생님에게 배웠다. 인터넷 강의도 받았는데 쉽지 않았다. 여러 번 반복했더니 동사, 명사가 구분이 되더라. 갑수 선배님이 커피포트에 김치찌개를 끓여 퇴실 조치를 받을 뻔 했을때 현지 호텔리어와 나눈 대사와 옹플뢰르에서 현지남자친구들과 나눈 불어 대사가 너무 길어 걱정을 많이 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해’라고 했지만. 현지인들이 들어보면 얼마나 비웃었겠나?”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이연희가 얼마나 열심히 불어를 익혔는지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불어를 구사하며 여행가이드 연기를 이어갔다. 이연희는 불어만 잘한 게 아니라 여행가이드에 썩 잘 어울렸다.


“제가 낯설면 안되니까 2박 3일짜리 패키지 여행을 한번 경험해봤다. 힘이 많이 들었지만 답사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역사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패키지 여행의 장점이다.”

이연희는 손짓을 많이 하는 가이드를 표현하기 위해 원론에도 충실했고, 거기에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투척해 윤소소라는 여행가이드를 완성해냈다.


“동작들을 많이 넣어봤는데 괜찮다고 하더라. 사실 가이드는 여행중 잠을 잘 못잔다. 활동적이어야 하니까 모자도 쓰보고 하면서 나름 가이드를 만들었다. 가이드와 배우는 둘 다 비슷한 직업이다. 사람들앞에서 스토리텔링으로 말해야 하고 호응해 주면 만족도가 올라가는 게 공통점이다.”


이연희는 실제로 해본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여행가이드들과 계속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그런데 ‘더 패키지’의 천성일 작가가 집필하면서 그들에게 자문을 얻었다. 이연희는 “이건 우연의 일치이자, 운명이었다”고 했다..

이연희는 프랑스를 좋아한다. 그동안 5번 정도 프랑스를 갔다왔다. 일로 간 적도 있고, 개인적으로 배낭 매고 간 적도 있다. 파리에 가면 오르세미술관을 방문한다. 몇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옛것이 지켜지고 있는 그곳의 모습들이 좋았다. 옷에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프랑스 여행 가이드 역할이 들어왔다. 이번 드라마로 프랑스 관광청 홍보대사도 됐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 하고싶은 역할이 들어왔으니 준비도 제대로 해야된다고 생각했다. 올 로케이션인데다 촬영지가 관광지여서 시간 제약과 통제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슛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조용히 해주는 등 매너가 좋았다. 여행객들이 촬영하는 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우려한 것보다 순조롭게 촬영이 이뤄졌다.”

하고싶은 역할이 들어왔고 준비도 철저하게 했으니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이연희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윤소소는 이연희에게 ‘인생캐릭터’가 됐다.

이연희에게 “여행 가서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게 현실적인가”라고 물었더니 “충분히 가능하다. 산마루(정용화)와 윤소소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남녀 로맨스로 연결되는 이 드라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라고 답했다.

정용화와의 키스신도 화제가 됐다. 진한 키스, 풋풋한 키스가 있었지만 막상 키스신에 대해서는 정용화와 상의를 하지 않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부끄럽고 민망해서 상의를 못했지만, 키스신은 서로 잘 맞아 쉽게 촬영했다. 리얼리티가 강한 키스라는 건 두 사람이 모두 공통적으로 느꼈다. 정용화 팬들에게 혼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다.”

이연희는 2달간 현지에 머물렀다고 했다. 쉬는 시간 배우들이 모여 있을 때 정용화가 자작곡을 들려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줬다고 했다.

“용화 씨는 쉬는 날 곡 작업밖에 안한다. 작업도 즐겁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천재다. 매사 긍정적이었고 신뢰심이 생겼다.”

이연희는 자신을 노력파라고 했다.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30살이 되니까 연기자로서 조금 바뀌었다. 배우들과 소통을 알게됐다. 그전에는 내 것 하기도 바빠소통을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도 좋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는 책임감도 들었다.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으쌰 하면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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