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풍속도 바뀌었다…밤샘줄 사라지고 온라인 득세

온라인 쇼핑 매출 1천억불 돌파…대형매장은 3주전부터 할인행사

“굳이 블랙프라이데이 맞춰 파격 할인제품 장만할 절박함 없어져”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추수감사절(23일)과 블랙 프라이데이(24일)로 이어지는 연휴 쇼핑시즌이 시작됐지만 과거 대형 가전매장, 할인점 앞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밤샘 줄 행렬이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 최대 쇼핑 이벤트로 불리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대표적 풍경은 가전제품 전문 매장인 베스트바이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밤새 기다려 새벽에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미친 듯이 돌진해 파격 할인가의 제품을 사는 광경이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뷰한 앨라배마 주민 데이비드 맥컴은 지난 1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베스트바이 주차장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주차장 공터에서 라크로스와 공놀이를 하며 밤을 지샌 적도 많았다고 그는 기억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슬리핑백 속에서 잠을 청한 적도많았다.

고생스럽게 밤을 새고도 엄청난 할인율의 전자제품을 손에 넣고 나면 뿌듯한 기분에 며칠간 행복감이 이어졌다는 게 그의 얘기다.

초대형 삼성 TV를 999달러(108만 원)에 장만해 의기양양하게 카트를 밀고 나오는 모습이 블랙 프라이데이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AKR20171124003300075_02_i_org 하지만, 맥컴은 “이제 블랙 프라이데이는 그 광채를 잃었다. 그저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많은 날들 중의 하나일뿐”이라고 말했다.

맥컴이 사는 동네의 베스트바이 매장은 폐업했다. 대신 모바일 쇼핑이 그자리를 메웠다.

미국의 대중 백화점 메이시스와 콜스, 종합 할인마트 타겟 등은 추수감사절부터 블랙 프라이데이까지 ‘대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예년 같은 축제 분위기는 김빠진 풍선처럼 사그라들었다.

의류할인매장 올드네이비는 오프라인 전략을 버리고 며칠 전부터 온라인 50% 파격 할인 이벤트를 강화했다.

온라인 쇼핑 매출은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최초로 1천억 달러(10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PwC의 조사로는 추수감사절에 13%는 오프라인 쇼핑에 나서는 반면 이보다 배 이상 많은 28%는 집안에서 온라인 쇼핑에 몰두하겠다는 답이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 소매업체들도 대부분 전략을 수정했다.

굳이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날짜에 집착하지 않고 이달 1일부터 광범위하게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베스트바이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3주 정도 일찍 시작했고 월마트도 뒤를 따랐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유통업 전문가 마크 코언은 “솔직히 블랙 프라이데이는 의미가 없어졌다. 유통업체들은 절박하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할인을 시작했고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전혀 절박할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문을 닫은 유통업체는 무려 7천여 개에 달한다. 시어스가 상당수 매장을 철수시켰고 최대 완구업체 토이저러스와 아동복 업체 짐보리도 위기에 몰렸다.

한때 앨라매바의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광이었던 맥컴은 “올해는 가족들과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쇼핑은 내일, 아니면 다음 주에도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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