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 예산’ 25조 중 2%만 삭감…촉박한 증액 논의에 부실 심사 우려

-예산안 처리시한 D-5일…여야, 5400억원만 삭감
-삭감 끝내야 증액 논의…‘묻지마 증액’ 부실 심사 우려

[헤럴드경제=최진성ㆍ홍태화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법정처리기한(12월2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172개 삭감 사업 안건이 대부분 보류되면서 증액 논의는 시작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년 예산안 협의 때마다 지적 받아온 ‘쪽지 예산’, ‘묻지마 예산’ 등 부실한 증액 심사가 우려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주말에도 마라톤회의를 열고 삭감 논의를 진행했지만 172개 안건 중 5개만 처리하고 대부분 보류시켰다. 금액으로 따지면 25조원 중 5400억원만 삭감한 것이다. 통상 정부 예산안의 5조원이 삭감된 전례를 감안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172개 사업, 25조원 가량이 보류되고 있다”면서 “법정시한 내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안 중 129조원에 대한 심사 마치지 못한 근본적 책임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에 있다”면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늑장 심사, 또는 버티기 모드로 정부여당이 임한다면, 현재의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한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공무원 증원(약 5300억원)ㆍ최저임금 관련 일자리안정자금(약 2조97000억원)ㆍ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5년간 약 30조6000원)ㆍ아동수당(약 1조1000억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야권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는 ‘증액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안 논의는 삭감과 증액 두 축으로 진행되는데 삭감 내역이 확정돼야 증액 안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삭감 규모를 알아야 얼마나 증액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예결위에 소속된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챙기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예결위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지역구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은근히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삭감 논의가 지연되면서 부실한 증액 심사가 우려되고 있다. 증액 심사 막판 촉박한 시간을 핑계로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안면 몰수하고 노골적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기다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지역구에서는 오히려 ‘훈장’처럼 활용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심사없이 주고 받기 식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경우가 많은데다 본예산안 처리를 위해 정략적으로 특정 의원 지역구에 예산을 밀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삭감 논의가 지연되는 게 의원들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는 준법의식 불감증도 있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협의는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달렸다”며 “여당이 협치에 나서면 예산안은 되고,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여야의 대립이 치열할 때를 가정해 국회선진화법에는 ‘원안부의’란 제도를 마련했지만, 이 또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적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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