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에 휘청…‘단판승부’수능, 이대로 계속?

시험중 대피·중단땐 해결책 없어
특별전형 상시화도 형평성 논란
자격고사화 등 수능개편 목소리

규모 5.4의 포항지진으로 1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치러졌다. 그러나 지진이 이미 일상화된 상황에서 한날 한시에 전국의 50만명 이상의 수험생이 동일한 시험을 치르고 이를 통해 대학입시가 결정되는 현 체제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높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지난 15일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경주지진에 이어 더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경주 지진 이후 수능 시험 당일 지진 발생 시 대응에 대한 많은 우려가 나왔고 진동의 크기에 따라 시험 중단 또는 대피 과정을 정한 ‘가-나-다’ 3단계의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졌지만 일부 지역 시험장이 심하게 파손돼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볼 경우 시험 운영과 수험생 구제대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수능 연기 사태에서 실제로 시험 중 지진으로 포항지역의 수능 시험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하늘이 도운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교육부는 수험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여진 시나리오 별 시험 운영 방안을 짜임새 있게 내놨다. 여진이 닥치는 시간대별로 예비 시험장으로의 이동과 시험 운영 지원 방안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시험장에서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할 정도로 큰 지진이 올 경우 해당 지역의 시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이들 지역의 수험생에 대한 구제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수능의 경우 예비 시험장과 이송 계획이 마련돼 있었지만 만약 차후에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시험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심각성은 더 컸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비책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마련하고 있지만 바로 이야기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앞서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본부장이 “아직은 대책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어 우려가 컸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말 시험이 무효화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특별법 제정 등이 조속히 된다는 전제로 세월호 사태에 따른 단원고 특별전형과 같은 정원외 특별전형을 도입하는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특별전형을 1회적으로 도입할 수는 있어도 향후 수능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매번 특별전형을 실시한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차제에 수능을 1년에 7차례 보는 문제은행식 미국 SAT나 본 시험과 추가시험, 재시험을 볼 수 있는 일본의 ‘센터시험’처럼 여러번의 기회를 주는 자격고사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한 토론회에서 “변별력 문제 등 이미 대학에서도 외면받는 지금의 수학능력시험을 전면 재검토하고 SAT 같은 대입 자격고사로 전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총리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8월까지 대학 입시 정책을 종합적으로 구상해서 발표한다고 예정된 만큼 (자격고사화 등 ) 그러한 점까지를 감안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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