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하는 文 정부 노동정책…일방적 시행시 기업 65조 비용 폭탄

-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시행시 중소기업ㆍ자영업 직격탄
- 대안 마련은 지지부진…커지는 노사 갈등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들이 기로에 섰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노동 정책을 두고 경제계는 물론 노동조합 또한 거세게 반발하며 사회ㆍ경제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큰 줄기의 정책 방향성에는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입법 작업의 지지부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까지 겹치며 현실 문제를 외면한 ‘반쪽자리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27일 재계와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세를 낮춰온 경제단체들의 목소리가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처리가 임박하고 내년 최저 임금 인상 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오자 급격히 늘어날 기업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과다.


재계는 근로시간단축과 최저인금인상,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 등이 일방적으로 시행될 경우 기업의 추가 비용이 총 65조50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 68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현행법을 손보지 않는 이상 최대 100%의 가산 수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법으로 정한 연장근로 수당 할증 50%에 휴일근로수당 할증이 추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각각 가산하도록 규정하나, 연장ㆍ휴일근로 중복할증률 관련 규정은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기존 근로자 임금상승분 약 1754억원, 인력 보충에 따른 직접노동비용 9조4000억원, 복리비 등 간접노동비용 2조7000억원 등 총 12조 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피해가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부담 비용이 약 70%인 8조6000억원을 차지한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액 1060원은 최저임금이 처음 책정된 1988년 이래 가장 높은 인상액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 내년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인건비가 올해보다 15조245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결우 38조원 이상의 인건비도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기업 뿐 아니라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근로시간 단축 이슈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연장ㆍ휴일 근로수당의 중복할증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이다.

재계는 휴일근로 할증을 현행대로 50%를 유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연장근로 부분으로 흡수되는 휴일근로 할증(50%)을 추가로 적용, 중복 할증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 주장은 사실상 근로시간을 줄이되, 임금 총액은 그대로 보전받겠다는 것이어서 합의점 도출이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 또한 노사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30년 만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을 논의해 보기로 한 가운데 그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과 노동계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진 않지만 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가중과 고임금 근로자까지 수혜를 보게되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하지 않은 채 내년을 맞게 되면 전 산업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노동계는 산입범위 개편 논의 자체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만 가져온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훈종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명확히 반대한다”며 “재계는 자신들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산입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개념과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통상임금의 경우 입법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이어지며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결과 통상임금 소송을 중인 기업은 현대차, 대한한공, 삼성중공업, 우리은행 등 115개사에 달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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