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류성창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고교입시정책의 상징적 의미

최근 교육부는 고교 입시 일원화 방침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외고, 자사고, 국제고에 우선선발권이 주어지면서 이들 고교와 일반고의 차별이 발생하게 되었다. 고교다양화정책은 다양한 인재 육성과 능력에 따른 선택적 진학을 가능케 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고교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이번 정부는 고교 체제 개편 3단계 계획에 따라, 우선적으로 입시제도를 개선하여 고등학교 차별 문화를 완화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고교의 종류 자체를 보다 평등하고 단순하게 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입시가 다양화되면서 교육현장에서 목격된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중학생의 학교생활이다. 고교 입시가 평준화였던 시절에는, 물론 지역별로 좋은 학군과 나쁜 학군이 존재했지만, 최소한 중학생들은 학교성적에 지금과 같이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었고 고등학교에 가서 잘 하면 됐다.

중2병이라는 말도 있듯, 우리 중학생들은 인간의 발달과정 상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겪어내야 하는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이 이미 과중한 상태이다.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건너가는 과정 중에 가장 큰 충격과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중학생의 시기에 고등학교 입시라는 추가 부담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인간의 발달까지도 방해받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아직 어린이 티를 다 벗어내지도 못하였고 고등학생처럼 성숙하지도 못한 중학생들 자신이 스스로 부담을 지고, 학업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시절이 왔던 것이다. 중학생들의 삶을 고려하면 고교 입시 관련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는 반드시 최소화 되어야 한다.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 바람직하더라도 정책의 의도가 현실에 정확히 전달되고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

특히 고교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대입과의 연계다. 고교다양화정책이 다양화가 아닌 차별화와 줄 세우기 정책으로 변형된 것도 대학이 다양한 고등학교의 성적을 차별적으로 평가하면서다. 더 이상 고등학교는 서로 다양하게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으로 비교되고 우열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2019학년도 고입(2018년 하반기)에 적용될 고등학교 입시 일원화 정책은 그전까지 대학입시와 연계된 보완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고교 입시가 일원화 되었는데도 여전히 대학들이 고교를 차별화하여 대입선발에 반영한다면, 최악의 경우 고입 실패 후 재수하는 중학생이 발생할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있어서 ‘출발점’의 개념은 다양한 교육정책의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사회적 약자계층에 유아교육지원을 확대하였던 미국의 Headstart Program(먼저 출발하기 정책), 기초학력 미달학교 집중지원을 목표로 하였던 미국의 No Child Left Behind(뒤쳐지는 아동 없는 정책)와 같은 정책은 달리기나 출발점을 비유로 삼아 정책명이 제시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정책명을 미국과 같이 재미있게 명명하는 문화는 아니지만, 고교입시 일원화는 어찌보면 ‘고등학교부터는 최소한 같은 줄에서 출발하자’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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