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처벌’ 적정성 검토…헌재 결정 주목

-임신 12주까지 ‘초기낙태’ 허용 여부 쟁점 될 듯
-2012년에는 4대4 팽팽한 격론 끝에 합헌 결정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형법상 낙태죄가 위헌인 지는 임신 초기인 12주내의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하고 검토 중이다. 269조는 낙태한 여성을, 270조는 의료인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헌재는 이미 2012년 이 문제에 관해 합헌과 위헌 의견이 각각 4대 4로 팽팽하게 맞선 채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하고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8명만으로 결정을 내렸다. 합헌 의견이 4명인 이상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결정에 관여했던 재판관은 올해 초 박한철, 이정미 재판관이 임기가 만료된 것을 끝으로 모두 퇴임했다.

이 때 반대의견을 낸 이강국,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등 4명의 재판관도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자는 의견은 아니었다. 결론은 ‘초기’에 해당하는 임신 1주~12주 사이의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에서 달라졌다. 김종대, 민형기, 박한철, 이정미 4명의 재판관은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능력을 갖췄는지를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태아는 그 자체로 임부와는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거도 덧붙였다.

이와 달리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가 독자적인 생명능력을 갖추는 임신 24주 이후부터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도 그 이전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임신 13~24주까지의 ‘중기’에는 낙태시술로 인한 합병증 우려나 사망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초기인 12주까지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이 문제를 심리할 현 헌재에선 이진성 소장이 지난 22일 인사청문회에서 “일정 기간 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달 초 임기를 시작한 유남석 재판관 역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낙태는 의사의 상담을 전제로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이수 재판관도 “예외적으로 임신 초기 단계이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경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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