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연대보증 폐지, 혁신창업을 이끈다

솔로몬 왕의 지혜가 담겨는 성경 잠언서에 ‘남의 보증을 서지말라’는 구절이 있다. 3000여년 전에 이런 말이 나온걸 보면 보증제도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폐단이 컸던 모양이다. 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연대보증에 대해 전면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을 다니다보면 다양한 기업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연대보증은 애로사항의 단골 주제다. 연대보증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거리로 나앉은 개별 사연도 찡하지만 기업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왜일까.

먼저, 연대보증은 중소기업의 자본조달 방식을 제한해 중소기업 자금난의 원인이 된다. 중소기업들이 운영자금 대출을 신청하면 그 때부터 보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은행권에서 요구하는 실질 기업주의 연대보증 문제로 주주들과 대표이사 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체제를 갖추고자 경영인을 초빙할라치면 대출을 받을 때마다 ‘왜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아니냐’, ‘누가 실질기업주나’ 등의 질문을 받는다. 개인투자자 지분이 많다고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요구한다면 누가 과연 중소기업에 투자를 할 것인가. 또 전문경영인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한다면 누가 그 자리를 받겠는가.

둘째, 연대보증제도는 가업승계에도 지대한 걸림돌이다. 수십년 땀으로 일군 회사를 2세에게 승계할 땐 채무도 같이승계된다. 연대보증도 따라서 넘겨지는 것이다. 자식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노후는 좌불안석이다. 아들에게 지분을 다 넘길 경우 은행대출에 대해서도 아들이 연대보증을 해야 하는 탓이다. 다른 길 안 찾고 아버지 땀이 밴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기특한 아들인데, 연대보증이라는 멍에까지 같이 넘겨주는 게 부담스럽고 불안할 따름이다.

셋째, 연대보증은 청년창업에도 걸림돌이다. 내가 아는 한 청년 CEO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남달리 풍부하다. 학교에서 열리는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여럿 있다.

그는 다양한 청년창업지원 정책을 믿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져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후 이를 팔고 또 다른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개인자격으로 연대보증을 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한 사업에 평생 구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부는 창업과 혁신성장, 혁신창업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 달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연대보증제도 반드시 청산돼야 할 유산이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진공은 선도적으로 연대보증제도를 대폭 축소한 바 있으며, 전면적인 폐지를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민간 금융기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3000년 전 솔로몬 왕이 살던 사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식과 금융기법이 발달했지만 우리는 아직 연대보증을 통한 원시적인 채권확보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같은 모양새라면 앞으로도 3000년이 지난 후에도 유효한 제도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제 연대보증제도를 사회운영의 체제 밖으로 던져버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10년 뒤, 아니 그보다도 두세곱절 빠른 시간 안에 연대보증과 관련한 솔로몬 왕의 경구가 쓸모없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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