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역대급 ICBM도발-美 전역 타격능력 과시] 워싱턴에 미사일 겨눈 김정은…한반도 핵위기 새로운 국면에

2차 화성-14형 때보다 고도 800여㎞ 올라가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美본토 전역 타격권에
평양 근처서 새벽에 발사 기습능력 입증 평가
대기권 재진입·탄두중량 증가 등 아직은 미완

북한이 29일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한 화성-14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북한이 이날 새벽을 틈타 쏘아올린 화성-14계열 탄도미사일은 이제까지 가장 높은 고도를 기록하며 미국 서부를 넘어 동부까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십분 과시했다.

북한이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린데 이어 미 본토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능력을 입증함에 따라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는 또 다시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화성-14계열 탄도미사일에 대해 고도 약 4500㎞, 비행거리 약 960㎞로 평가했다.

특히 고도는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앞서 북한이 지난 7월4일 발사한 화성-14형은 최고 고도 2802㎞ㆍ비행거리 933㎞를 기록했으며, 같은 달 28일 발사한 화성-14형은 최고 고도 3724.9㎞ㆍ비행거리 998㎞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는 두 번째보다 800여㎞ 이상 더 높이 올라간 셈이다.

통상적으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고도의 2~3배에 달한다. 단순계산이긴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쏜 화성-14계열 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한다면 1만㎞ 이상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평양에서 알래스카까지는 6000㎞, 하와이까지는 7600㎞, 샌프란시스코까지는 9000㎞가량, 그리고 워싱턴DC까지는 약 1만1000㎞가량이다.

북한은 이와 함께 처음으로 평양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평남 평성에서 이른 새벽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과시했다.

북한이 ICBM급으로 보이는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우선 재진입 기술 등 기술적 보완 측면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도나 비행거리를 볼 때 단순히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나 다음 달 초 있을 한미공군훈련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계획된미사일 발사라고 봐야 한다”며 “연말까지 국가 핵무력을완성한다는 목표 하에서 시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 시점으로 새벽 3시 17분이라는 시간대를 택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7월 28일 한밤중에 화성-14형을 기습 발사한 적이 있지만 그동안 오전 5∼7시 정도의 이른 아침 시간대에 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벽 발사는) 노출을 최소화하고 한미 군당국의 대비태세를 확인하면서 우리의 정보자산 능력을 확인하는 차원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도발이 재개되면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시점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이 임박했다고 본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전면적인 평화 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과 관련해서는 대기권 재진입과 탄두중량 등의 장벽이 남아 있어 완성단계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화성-14형을 이미 두 번 발사했는데 이제 실거리 발사를 해야 핵무력을 완성하게 된다”며 “화성-14형은 대기권에 재진입한 적이 없고 아직 완벽하지 않은 것 같은데, 향후 실거리 발사를 염두에 두고 기술적 미비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의 적재량을 알 수 없다며 거리 증가를 고려할 때 매우 가벼운 ‘가짜 탄두’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대원ㆍ이정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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