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남아도니 어린이집 설립한다?교육계“병설유치원 확충 우선”반발

‘보육법 개정안’ 국회상임위 통과
복지부 추진에 “현장 모르는 소리”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에 어린이집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치권과 보육계는 학령인구 감소로 남는 교실을 활용하면서 모자란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계는 교육환경 변화로 병설 유치원 확충에 필요한 교실도 모자란 형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수업에 이용되지 않는 초등학교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바꿔서 쓸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부는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12월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계는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자료를 통해 “교육부ㆍ교육청 등 관련 기관과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협의도 안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교육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관리ㆍ감독 주체가 다른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한곳에 있으면 초등학생 학습권 침해, 학교개방에 따른 안전문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혼선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는 교육부ㆍ교육감이 관할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초등학교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교문위 의견수렴이나 동의가 필요함에도 (보건복지위가)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교총은 “수년째 논의 중인 유치원ㆍ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휴교실 어린이집 설치를 결정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얼핏 교육계가 학교장 권한과 책임 문제를 이유로 학부모들의 큰 고민인 보육대란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인 초등학교 유휴교실 활용을 거부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휴 교실이 많다는 건 학교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게 교육 일선의 목소리다.

교육청은 “학교 유휴공간을 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로 서울은 교과교실제, 초등돌봄교실, 공립유치원ㆍ에듀케어 학급 확대로 학내 유휴공간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관내에 560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이중 병설 유치원이 설치된 곳은 186개에 불과하다”면서 “그나마 남는 교실에 병설 유치원도 설치하기 빠듯한 상황에서 어린이집을 받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설치된 병설 유치원도 공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시내 공립병설유치원의 학급당 원아수는 19.1명으로 공립 단설유치원 18.6명보다 과밀학급인 상황이다.

2012년 발간된 육아정책연구소의 ‘공립유치원 설치ㆍ운영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병설 유치원의 경우 71.8%가 ‘기관 내 여유 공간 부족’을 공간 부족을 겪는 이유로 꼽았다. 공간부족으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34.8%가 ‘유아 활동공간 부족’을, 13.3%가 ‘신체발달에 부적합’을 들어 유치원생들이 공간부족의 직접 피해 당사자임을 알 수 있다.

원호연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