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불교국 미얀마서 첫 미사…‘로힝야’ 언급은 없어

-수치 국가자문역 등과 면담서도 언급 피해
-“카톨릭신자 안위 우려, 미얀마 주교단 충고받아들인 것”
-로힝야족 난민, 인권단체는 실망감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로마 가톨릭 교회 수장으로서는 처음 불교국가 미얀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20만 명의 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첫 미사를 집전했다.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이날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양곤의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미사에서 “미얀마인들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복수의 유혹이 있더라도 용서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며 “복수는 하느님의 길이 아니다”고 설파했다.

교황의 이날 메시지는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포함해 미얀마의 오랜 민족ㆍ종교 간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진제공=EPA]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후 최근까지 60년 이상 정부군과 반군, 반군과 반군 간 분쟁으로 2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에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면서 대미얀마 항전을 선언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했다. 이에 정부군이 ARSA 소탕전을 펼치면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이같은 혼란 속에 교황이 미얀마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로힝야족 사태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로힝야 난민들의 기대와 달리 교황은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앞서 문민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민 아웅 흘라잉 군최고사령관 등과 면담에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교황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정부관계자 대상 연설에서 “미얀마는 오랜 민족 분규와 적대 행위로 인해 지속해서 고통과 깊은 분열을 겪었다. 미얀마를 조국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로힝야족 문제를 에둘러 거론했다.

강경 불교도들이 로힝야족 언급에 대응할 것을 경고한 만큼,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들이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전직 유엔 관리이자 정치 분석가인 리처드 호시는 AFP통신에 “교황이 (로힝야족을 거론하지 말라는) 미얀마 주교단의 충고를 받아들였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연설을 통해 암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로힝야족 난민과 인권단체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일하는 로힝야족 활동가 모함마드 주바이르는 AFP통신에 “교황이 로힝야족 위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지부의 필 로버트슨 부지부장은 “지금 로힝야족은 모든 것을 빼앗긴 상태인데 이름마저도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내일 열릴 대중 집회에선 그가 로힝야족의 이름이 불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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