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궐석 진행 아쉽지만 더 미룰 수 없는 ‘박근혜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결국 당사자 없이 28일 속개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잇달아 출석을 거부하자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측 의견을 들은 뒤 궐석(闕席)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당사자 불출석으로 파행되는 것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이지만 그 개인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대통령 탄핵을 불러왔던 초유의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역사적 기록을 남기는 과정이다.

궐석재판 강행은 재판부로서도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계속해서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는 점도 이미 알렸고, 이를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줬다. 그렇다고 재판 거부 의사가 확실한 전직 대통령을 강제로 출석시키도 어렵다. 가뜩이나 공판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구속 기간도 이미 연장한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신에 대한 구속시한이 연장되자 지난 10월 16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자신과 관련한 재판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7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도 동시에 전원 사퇴하는 배수진도 쳤다. 이후 국선변호인이 선임됐지만 아예 접견조차 하지 않았다. 향후 재판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순순히 법정에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본인의 육성증언없이 재판을 마치면 진실은 영원히 묻힐지도 모른다. 더욱이 일부 박 전 대통령지지자들은 그 결과에 불복할 게 뻔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혼란도 적지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은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 물론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억울한 게 많을 것이다. 실제 본인도 “오해와 허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더욱 더 열심히 재판에 나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재판부를 납득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그는 얼마전까지 우리 대통령이었다. 성실한 재판 참석과 솔직한 증언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재판부도 남은 일정을 더 속도감있게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종 판단은 법과 원칙, 증거에 입각해 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재판을 이용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끼칠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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