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김영란 법과 국민청원게시판

세칭 김영란 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방지법이 수정될 모양이다. 기존 5만원이 상한선이었던 선물비용을 1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국민권익위에서는 개정안이 부결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개정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9일에 올라와 23만 5300명이 동의 했던 낙태 허용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아마도 조두순에 대한 문제, 그리고 외상센터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곧 입장을 내놓을 것 같다. 이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발표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국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반응한다는 것만으로도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줄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점에서 김영란 법과 국민청원 게시판의 부작용의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란 법이나,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중 한달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둘 다 취지 면에서는 훌륭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훌륭한 제도이고,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그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먼저 김영란 법의 부작용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많은 농가와 축산 화훼업자들을 어려운 처지로 몰아넣었다는 점이다.

지금 김영란 법의 선물 상한액을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도산한 업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책을 손보려면 조금 서둘렀어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부작용도 앞으로 커질 수 있다. 즉,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해, 국민과의 소통의 기회를 높인다는 측면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 제도 역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문제점은 우리 사회의 일각의 입장이 다수의 입장인 것처럼 포장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낙태나 조두순 문제 그리고 외상쎈터의 중설과 같은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청원들이 제기되고, 또 여기에 반대하며 이런 글을 올린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도 제기되는 “웃픈” 현실은, 국민청원 게시판이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두 번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직접민주주의라는 것은 국민들이 직접 정책의 제안 혹은 문제제기를 한다는 의미 말고도, 국민들이 직접, 그 결정과정에도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새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다. 즉, 문제제기는 가능하지만, 그런 문제제기를 법안이나 정책으로 만드는데 있어 국민 개개인들이 참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으로 거버넌스가 등장하는 것이지, 직접민주주의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점 역시 간과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한마디로 설익은 직접민주주의는 많은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고, 정부 스스로를 덫에 걸리게 만들 위험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정책을 실시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외국의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이걸 하자는 식으로 생각해서도 곤란하고, 취지가 좋으니 부작용쯤은 그냥 넘겨도 된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앞으로 정부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이 진정한 소통, 그리고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