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사관 앞 1인 시위 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

-통행 방해 없는 범위에서 1인 시위 보장 권고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1인 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의 A 경찰서장에게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모 단체 회원인 B씨는 지난해 2월 미 대사관 앞 인도에서 “사드배치를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려다 대사관 인도로부터 최소한 15m 떨어지라는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B씨는 이같은 제지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 경찰서장은 “B씨가 단체 회원들과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 집회로 보이고, 1인 시위가 다른 단체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정당한 공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외국 공관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서 입장에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단체 회원들이 서 있거나 동영상을 촬영한 행위는 불법집회라고 보기 어렵고 당시 상황이 위력이나 위계 등 경찰권을 즉시 발동해 제지할 구체적인 위법 행위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1인 시위를 바로 제지하는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 경찰서 측이 미 대사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같이 제지했다고 주장하지만 B씨의 어떤 행동이 외교관의 안녕과 품위를 손상시켰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한 1인 시위를 통해 사드 배치가 국민의 헌법상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리려는 B씨가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경찰서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만 미 대사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제한 없이 허용하게 되면 통행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통행 방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경찰서 측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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