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넘은듯 넘지않은 넘은것같은…‘文대통령의 레드라인’ 고민깊은 靑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Red lineㆍ금지선)을 넘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레드라인 도달을 인정하면 ‘평화적 해결’이 더이상 어려워지는 청와대는 30일에도 이번 미사일을 ICBM으로 단언하지 않는 등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북한은 전날 새벽 평안남도 평성에서 ICBM급 미사일을 고각으로 쏘아올렸다. 이어진 정부 성명을 통해 이번 미사일이 신형 ICBM 화성-15형이며,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 현장을 지켜보며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라는 주장대로 라면 북한은 이미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셈이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시점이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면 문 대통령의 대북 원칙인 ‘평화적ㆍ외교적 해결’이 어려워지고 사실상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가 된다.

청와대는 이번 미사일을 ICBM이라고 부르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직후 이뤄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ICBM으로 단언하는 것과 달리 판단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도 이번 미사일을 ‘ICBM급’이라고 칭하고 있다.

다만 이번 도발이 전보다 엄중하다는 위기감은 곳곳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왔는데, 직접적으로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이례적으로 북한의 도발 당일 미국ㆍ일본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신속하게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는 이날로 6번째인데 북한의 무력 도발 당일 통화가 이뤄진 건 처음이다. 북한이 ICBM 화성-14형을 2번째 발사한 지난 7월 말에는 약 9일이 지나서야 통화했다.

신속한 소통에는 75일만에 도발을 재개한 북한의 국면 전환 시도에 양국이 빠르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한편, 미국이 군사 옵션 등 강경책을 펴지 않도록 제어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양 정상의 통화가 미국의 강경화를 피하기 위한 의도였느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시인했다.

양 정상은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을 상세히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 통화 이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임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양국의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우리 정부는 북한의 ICBM 개발 인정에 조심스러운 반면, 미국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초강력 제재를 들고 나섰기 때문에 접근법 조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은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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