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권 재진입, 화성-15형 이후 北 마지막 과제···레드라인 근접

-北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관건
-전문가들, 화성-15형으로 미 본토 타격 불가
-북한, 다탄두 기술 확보 과시 의도

[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지난 29일 북한이 실시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증명을 위해선 원거리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비스듬히 대기권에 재진입해야 하는데, 이날 실험에서 화성-15형은 고각 발사 후 비행거리가 950km에 불과했다. 화성-15형은 기존 화성-14형에 비해 직경과 길이가 늘어나고, 상단 부분을 개조해 다탄두 탑재 능력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과시용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30일 군 전문가 등에 따르면 ICBM의 핵심 기술은 대기권 재진입 달성 여부다. 1만km 이상의 원거리 타격을 위해 대기권을 벗어난 ICBM이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7000도 내외의 고열과 충격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ICBM에 핵탄두를 탑재 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할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이 직접적으로 미국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외신 기자가 ‘레드라인’을 묻자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29일 평남 평성 일대에서 화성-15형 ICBM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지난 29일 평남 평성 일대에서 발사되고 있는 화성-15형 ICBM [사진=노동신문]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화성-15형 시험발사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 달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북한은 어제 고각발사를 진행했는데 미사일을 수직으로 내리 꽂을 때와 비스듬히 들어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미사일이 대기권이 재진입할 때 방향과 충격파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삭마 각도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통상 ICBM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7000도 내외의 공기 마찰열이 발생해 미사일 첨두와 본체가 녹아 내리는 것을 ‘삭마현상’이라고 부른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화성-15형의 궤도는 거의 수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정상 궤적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날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화성-15형 관련 사진을 통해 다탄두 탑재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에 따르면 화성-15형 재진입체가 들어 있는 탄두부가 기존 미사일에 비해 더 둥글게 변했다. 지난 7월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의 탄두부는 이에 비해 더 뾰쪽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둥근 탄두부를 통해 북한이 다탄두 장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했다. 통상 미사일 1기에 1개의 탄두만 탑재하면 요격이 수월한데 대기권 내에 진입하면서 여러 개의 탄두로 쪼개져 각각 표적을 향해 날아가면 요격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장 교수는 “북한이 사진으로 마치 다탄두 능력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다탄두를 장착할 경우 중량이 1000kg 이상 늘어나 사거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만으로는 탄두 탑재 여부를 알 수 없다”며 “구조중량비를 8% 가정하더라도 북한의 주장은 과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조중량비는 전체 무게 중 구조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총 중량이 1000kg인 미사일의 구조중량비가 8%라면, 구조물의 중량은 80kg인 셈이다. 

한편, 전날 일부 외신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해 다탄두 탑재 능력이 발견됐다고 보도 후, 다단식이라고 정정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화성-15형의 사진을 분석해보면 결론적으로 이번 미사일은 화성-12형의 아류, 14형의 2단 엔진만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이 미사일을 고각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사일 발사의)대내적 의미 더 크다”고 말했다.

sagamo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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