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다주택자 껴안아야 주거복지 완성된다

차일피일 미루던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이 그 모습울 절반쯤 드러냈다. 역대 정부 통틀어 사상 최대규모로 보인다. 생애맞춤별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인간의 작품이 완전무결할 수 없는 것처럼 정부 정책도 완벽할 수 없다. 로드맵이니 만큼 부족한 곳은 채우고 과한 곳은 덜어내는 작업은 필요해 보인다. 큰 걱정은 나라가 주체가 된 이번 반쪽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낼 나머지 반 쪽 로드맵이다. 민간이 주도가 될 임대시장은 ‘지원’의 대상이 아닌 일반 중산층 국민 다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반쪽에서 소외된 4050일 지도 모르겠다. 이 시장은 지원대상인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거쳐야 할 곳이고, 적지 않은 노년 층들의 노후가 달린 곳이기도 하다.

김현미 교통부장관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들이 투기바람을 일으켜 집값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주도했다는 질책이었다. 아울러 정부는 ‘빚내서 집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가계가 무리하게(?) 집을 사느라 빚더미에 앉았다는 논리다.

재건축 규제와 대출규제를 동시에 푼 것은 박근혜 정부의 결정이었다. 돈 값이 싸졌으니 수요가 늘고,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일부 다주택자가 편법과 불법으로 자산을 형성한 문제는 행정력이 부족했던 차원이다. 법을 지킨 다주택자도 국민인데, 이들까지 적대시하는 것은 야당의원이면 모를까 국무위원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세금을 잘 내는 다주택자까지 적대시해서는 안된다. 이번 반쪽의 지원대상에 들어갈 재원 상당부분은 이들이 낸 돈이다.

‘빚내서 집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도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모순이다. 이번 반쪽 로드맵의 상당 부분이 대출지원이다. 빚내는 걸 돕겠단 뜻이다. 빚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첫 집 장만 대출은 도울 일이고, 좀 더 나은 집으로 옮기기 위한 빚은 막을 일이라는 논리는 곤란하다. 금융은 곧 빚이다. 금융을 죄악시 하지 말자. 정부 역할은 정책과 감독이지 훈계가 아니다.

남은 반쪽은 결국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 등록을 어떻게 유도하는 지와, 중산층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어떻게 좀 더 강화하는가다. 다주택자들이 세금이 무서워 무더기로 집을 내놓게 하는 게 정부의 목적은 아니라 여겨진다. 세입자 권리강화에 따른 기회비용이 임대료에 반영되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집을 빌려주는 이와, 빌려 사는 이들에게 균형잡힌 혜택을 주는 게 중요하다.

기원전371년, 제위왕(齊威王) 8년. 초(楚)나라가 쳐들어 오자 현명한 순우곤(淳于)에게 황금 백 근(斤), 거마 10승(乘)을 주며 조(趙)나라에서 군사를 빌려오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순우곤은 웃으며 위왕에게 얘기를 하나 들여준다.

“오는 길에 밭 갈던 농사꾼이 제사를 지내더군요. 족발 하나에 술 한 사발을 놓고 ‘광주리에 가득, 수레에 가득, 곡식이 잘 익어 우리 집을 풍성하게 하소서’라고 빌더군요. 웃기지 않습니까? 바치는 예물은 적은데 바라는 바는 그리 많으니까요”

제위왕은 바로 황금 1000일(鎰)과 백옥10쌍, 수레 1000승을 더 준다. 순우곤은 이 예물로 조나라에서 많은 군사와 전차를 빌려오고,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 군대는 제나라에서 철수한다.

많이 얻으려면 많이 내놔야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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