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가피한 6년반만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이 관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1년 6월(3.00%→3.25%) 이후 6년5개월만이다. 이로써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6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방향 전환을 예고한 지 5개월 만에 초저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금통위의 고민은 인상 여부가 아니라 시기였다. 금통위가 고려하는 금리인상의 기준선(물가상승률 2%,성장률 2.7~2.9%)은 넘어선지 오래다. 성장률은 3분기만에 벌써 3.1%다. 소비자물가도 2.3%나 올랐다. 소비심리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게다가 수출 전선도 낙관적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두달새 0.5%포인트 가량 올라 이미 금리인상을 반영했다. 최근 1년 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30% 가까이 상승해 인상의 여파를 이기기에 충분하다. 대외 여건도 같은 방향이다. 엘런에 이어 파월 후임 미 연준의장도 연일 추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다. 현재의 초저금리가 무한정 계속될 수 없는 걸 다 아는데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불확실성만 높인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금리인상 시기를 최대한 미뤄온 것은 경제에 주는 충격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원들의 인상 동결의견이 3명씩으로 반분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증한다.

금리 인상은 매우 중요한 경제 변수다. 환율과 수출, 증시는 물론 가계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금리정책이 통화정책과 함께 경기조절의 지렛대로 이용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화는 강세가 된다. 실제로 1차 금리 인상기(2005~2007년)에 환율은 1046.2원에서 914.5원으로 낮아졌다. 2차 금리인상기(2010~2011년)에도 1204.9원에서 1058.5원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세계 경제의 호전으로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리고 수출호조로 달러 유입이 늘어나 환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29일 현재 외환시장의 원 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7.6원 하락한 1076.8원이다. 2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는데도 원화 강세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원화 강세가 가속화되면 수출업체들에는 큰 부담이 된다. 통화 경쟁력 저하는 대기업보다 중견ㆍ중소기업에 더욱 큰 타격이다. 자칫 아랫목에 들어간 밑불이 방을 데우기도 전에 식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다. 1400조원으로 가구당 평균 7000만 원을 넘어 금리인상은 치명적이다. 가계부채의 70%는 변동금리조건이다. 그래서 금리가 0.25%p 오르면 연간 전체 이자 부담은 2조 3000억 원이 늘어난다. 서민 가계에 이자 폭탄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1000만 원 이하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하고 있는 159만 명의 채무를 탕감해 주기로 했지만 이들 이외에 다중채무자와 한계대출자는 수도 없다.

금리정책은 시시각각으로 변동하지 않는다. 한번 정해지면 일정기간 같은 방향으로 간다. 0.25%씩 베이비 스텝을 밟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제는 속도다. 빨리 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당연한 금리인상이지만 그 폭은 매우 점진적이고 단계적이어야 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