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⑤온라인 에티켓] 막장까지 간 혐오표현…‘모욕죄’로 잡을 수 있나?

-인격살인 표현 못 잡는 현행 모욕죄 한계
-“국민감정과 괴리”…모욕죄 무용론까지
-“결국은 시민윤리…교육 등 통해 개선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틀딱충, 김치녀, 한남충….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단어로 각각 노인ㆍ여성ㆍ남성을 향한 조롱과 경멸을 담은 ‘인격살인 수준’의 모욕적인 말이지만 법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온라인 상에서 해당 단어를 사용한 악플을 달았다고 모두 ‘모욕죄’로 인정되진 않는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다수의 온라인 혐오표현은 모욕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어가 없으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의 판단이다.

법리에 따라 모욕 여부를 판단하는 모욕죄가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될 뿐 아니라 온라인상 혐오표현 규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에티켓은 국민 의식과 문화가 뒷받침 돼야 함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사진=123RF]

모욕죄 무용론에 공감하는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시민단체 오픈넷의 경우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2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욕설의 경우,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특정 아이디를 거론하거나 대상을 언급하면서 욕설을 한 경우여야 모욕죄가 성립한다”며 “주어 등을 특정하지 않은 온라인상 혐오 표현 대다수는 모욕죄 대상이 아니다”고 모욕죄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온라인상 혐오표현 등의 문제는 인터넷이 발달한 사회에서 온라인상 표현이 범람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다. 규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욕죄가 존재하는 한국의 온라인 댓글 에티켓이 타 국가보다 건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모욕죄 무용론을 펼쳤다.

실제로 모욕죄가 존재하는 국가는 한국ㆍ일본ㆍ대만ㆍ독일 정도다. 한국의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가능한 ‘범죄’지만, 일본의 경우 30일 이하의 구류나 10만원 이하의 벌금 같은 가벼운 처벌로 끝이다. 독일도 검찰이 기소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하는 사소에 해당하며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모욕죄의 한계에 공감하면서도 법적 규제를 통해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온라인 에티켓을 함양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입장도 있다. 단, 현행 모욕죄가 아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통해서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대상이 장애인에 한정돼 있다.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괄하는 차별행위 규제책은 없는 상태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변호사는 “온라인상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욕설이나 저속한 표현을 듣고 나서 모욕감을 느꼈다는 측면에서 지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권위와 같은 ‘차별 시정’ 역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난 10월 UN 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제정을 권고한 이후 줄곧 입법 지연 상태여서 당장의 대안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이라는 것은 마지막으로 나오는 강제수단”이라며 법 바깥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처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민 윤리’가 필요한 문제다. 한국 사회는 보편 타당한 인권이 무엇인지조차 합의가 덜 돼 있다“며 “성숙한 시민을 만드는 게 교육이냐는 데 의문은 있지만, 기본적 교육은 필요하다. 현재 입시위주 교육의 목적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 궁극적 질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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