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활동’ 구재태, 정작 선거법ㆍ경우회법 처벌은 비켜가

-‘정치관여’ 국정원 직원, 국정원법으로 처벌
-경우회법, 정치활동 처벌조항 없어 ‘유명무실’
-구재태, 박근혜 정부 지지 활동에 16억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찰이 구재태(75)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을 지난 달 30일 구속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대부분 업무상 횡령 및 배임에 집중돼 있다. 구 전 회장은 전ㆍ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경우회의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20억여원을 정치활동에 투입하는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ㆍ선거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로 확인됐다. 경우회는 설립법상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법정 단체다. 그러나 현행법의 한계로 구 전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공직선거법이나 경우회법에 의한 처벌은 피해갔다.

지난 11월7일 구재태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장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2008년부터 올해 5월까지 경우회장을 지낸 구 전 회장은 경우회 자금을 빼돌려 불법 정치활동에 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사진=정희조 기자/[email protected]]

앞서 경우회는 지난 2014년 7ㆍ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을 비난하는 신문 광고를 내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경우회 사무총장 배모(70) 씨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구 전 회장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뤘다”며 “대신 해당 실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벌금을 경우회 돈으로 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구 전 회장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만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사범의 공소시효(6개월)가 지난 탓에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하지 못한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5년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이란 조직을 설립하고, 박근혜 정부와 당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불법 정치활동을 한 사실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경우회 자금 13억8000만원과 경우회 자회사인 경안흥업의 6000만원, 경우AMC의 2억원을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사팀은 구 전 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만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정치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과 달리 구 전 회장에게 경우회법 위반은 적용되지 않았다.

경우회법 5조 4항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경우회법에 정치활동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조항이 없는 탓에 구 전 회장을 경우회법으로 처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원법 18조가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검찰이 지난 10월11일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서울 마포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같은 경우회법의 한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우회의 불법 정치활동이 노골화하면서 계속 지적돼 왔다. 국회 행정안전부 소속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선언규정에 그치는 경우회법에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시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우회법이 명시한 ‘정치활동’이란 표현도 모호해 처벌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법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는 행위’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정치관여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우회 명의 또는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ㆍ반대하거나 특정인을 지지ㆍ반대하는 행위 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우회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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