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전문직보다는 힘없는 유부남으로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이선균(42)이 누아르 영화 ‘미옥(이안규 감독)’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 해결사를 연기했다. 결핍과 콤플렉스로 가득한 임상훈이라는 인물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면모를 밀도 있게 표현했다.

“홍콩 누아르를 보고 자란 세대다. ‘영웅본색’을 너무 좋아했다. 처음에는 나와 어울릴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극중 행동대장인 이선균은 범죄 조직 2인자 나현정(김혜수)을 자신의 꿈이자 사랑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김회장(최무성)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몸담은 조직을 배신하는 이야기가 함축돼 있다. 현정과 김회장은 신분을 세탁하고 장학재단을 만드는 동안 나는 개농장에서 질투와 함께 토사구팽 당할지도 모르는 감정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선균에게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깡패 조직보다는 개농장이라는 공간이 더 중요했다고 한다. 그는 “극중 상훈은 유기견과 같다. 고아원에서 자란 후 조직세계에 들어와, 다른 조직과 싸워 사람을 죽일때 나를 챙겨준 사람이 현정이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것이 이성적 사랑이건 모성적 사랑이건. 상훈은 유기견처럼 버려질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현정에 대한 질투와 집착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선균은 “결핍이 분노로 증폭될 때의 광기를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내내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연기한 김혜수에 대해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너무 좋았다. 자기관리를 너무 잘하고 모범적이었다. 30년동안 명품 브랜드 이미지가 쌓여진 이유를 알만했다”면서 “후배와 스태프에게도 진심으로 대해준다. 이번에 저와 붙는 신에서도 감정 소모가 많은데도 액션 컷을 딸 때 상대 배우를 이끌 수 있게 연기해주었다. 흔치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에도 출연했지만 ‘커피프린스’와 ‘파스타’ 등에서 보여준 달달한 남자가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미옥’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다.

“‘파스타’ 이미지는 이렇게 오래 갈지 몰랐다. 드라마가 끝나고 바로 인기가 시작된 게 아니다. 2년후 ‘개그콘서트’에서 나를 흉내내면서 저의 셰프 이미지가 시작된 거다. 지금도 성대모사한다. 물론 소비 되어지는 이미지임을 알고 있다.”

이선균은 “로코(흥행)가 잘안된다. 멜로도 잘 안나온다. 그래서 영화쪽이 위주가 된 것 같다. ‘미옥’도 르와르적인 멜로에 가깝다”면서 “요즘은 주로 힘없는 유부남으로 섭외가 많고, 전문직은 많이 안들어온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와 영화를 함께 하며 꾸준히 가고싶다. 나는 이미지를 관리하는 배우도 아니고, 열심히 해야된다”고 했다.

이선균은 단막극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홍상수 감독의 작은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다. 아내 전혜진도 배우인 그에게 육아예능 섭외는 거의 다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생활 노출이 싫어 모두 거절했단다.

“저는 한정돼 있는 사람이며, 작품을 통해 보여지게 된다. 제가 보여주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보여지고 소비되면서 질리게 될 수도 있다. 가끔 배우라는 직업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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