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카페…무인점포에 밀려나는 ‘알바’

29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24성수역 앞. 여느 편의점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곳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직원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어서 오세요”라고 반기는 알바생 대신 ‘신용카드 출입 단말기’가 손님을 맞는다. 신용카드는 손님의 신원확인을 하는 일종의 ‘열쇠’다. 손님들은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찍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마치 본인의 집에 들어가듯 자연스러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통가에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업계 최초로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데 이어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도 지난 6∼9월 직영 매장 4곳을 잇따라 무인 편의점으로 바꿨다. 업계에선 ‘혁명’이었지만 취업난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겐 청천벽력이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은 알바 지원자들에게 가장 흔한 일자리었다. 근무환경도 쾌적한데다 시간대만 잘 맞으면 금방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 한모(26ㆍ여) 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집 근처 편의점에서 4년간 알바를 해왔다. 편의점 알바는 시험기간 등 바쁠 때는 융통성 있게 시간을 바꿀 수 있었고 짬짬이 책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한 씨는 “무인편의점이 생기면 다른 알바를 구해야 하는데 취업준비로 종일 일할 수 없는 형편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단 무인편의점뿐만 아니라 무인 쌀국수집, 무인 도시락, 무인카페 등 종업원이 없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알바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안모(26) 씨는 “제대했더니 무인업소가 부쩍 늘어서 놀랐다”며 “예전엔 역세권이 알바 자리가 많았는데 역세권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늘어 알바 구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처럼 알바가 임시직이 아니라, 주수입원인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무인점포의 등장은 곧 실업이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38) 씨는 자신을 ‘알바족’이라고 칭했다. 사업에 실패 후 이 씨는 편의점, 식당, 카페 등에서 알바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씨는 “작년까지 슈퍼에서 계산하는 알바를 했는데 슈퍼가 문을 닫았다”며 “무인편의점 확산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이 이렇게 쉽게 대체되다니 허무하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씨처럼 취업난으로 알바나 파트타임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비자발적 ‘프리터족’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7시간 이하 일을 하는 초단기 취업자 수(129만7000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118만3000명)보다 9.6% 증가했다. 지난 7월 알바 포털 ‘알바천국’이 회원 111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분간 취업할 생각 없이 알바로 생활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7.6%로 2012년(11.5%)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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