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뭘 알아”…女 감정노동자 72.7% “모욕 당한 적 있다”

-서울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비난ㆍ고함에 많이 노출
-‘공격적ㆍ까다로운 민원인” 기피 1순위
-남녀 모두 4명 중 3명은 불면증 등 후유증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양천구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A(30ㆍ여) 씨는 최근 받은 민원전화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수화기를 대자마자 한 남성이 집 앞 불법주차된 차를 치우라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안내하는 순간 그는 “여자가 차를 알겠느냐. 남자를 바꿔보라”며 반말로 비꼬기도 했다. A 씨는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통씩 악성 민원이 쏟아진다”며 “약 없이는 잠도 못 잘 만큼 신경이 곤두설 때도 많다”고 했다.

서울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여성 감정노동자 72.7%는 민원 응대 시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123RF]

서울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여성 감정노동자 4명 중 3명은 민원 응대 시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업계 남성보다 훨씬 많이 노출되는 상황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성ㆍ연령에 따른 차별대우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말 서울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1105명 대상 시민ㆍ고객에 의한 폭력여부(중복 응답)를 묻는 질문에서 민원 응대 시 ‘모욕적인 비난ㆍ고함ㆍ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는 데 ‘그렇다’고 답한 여성은 72.7%에 이른다.

같은 질문에 대한 남성의 응답률(64.6%)보다 8.1%포인트 많은 비율이다.

여성은 ‘직위ㆍ성ㆍ연령에 대한 차별대우를 당한 적이 있다’, ‘성적 접촉ㆍ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데도 각각 49.7%, 23.8%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남성의 응답률(각각 36.7%, 13.8%)보다 13.0%포인트, 10.0%포인트 높은 값이다.

남녀 감정 노동자 모두 가장 응대하고 싶지 않은 시민ㆍ고객으로는 ‘공격적이거나 까다로운 시민’을 언급했다.

여성은 5점 만점에 2.98점, 남성은 2.77점을 줘 기피대상 1순위에 올랐다. 이어 ‘부당하거나 막무가내로 일을 요구하는 시민’(여성 2.71점, 남성 2.59점), ‘능력 밖 일을 요구하는 시민’(여성 2.70점, 남성 2.53점)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악성 민원인을 맞닥뜨린 후 이들 상당수는 후유증에 시달렸다.

남녀 합해 72.8%가 하루종일 우울증에 걸렸다고 응답했고, 이 안에서 4.5%는 증상이 4일 이상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온종일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느낌을 받았다’(79.4%), ‘그날 무슨 일을 해도 집중하기 힘들었다’(65.2%), ‘하루 내내 잠을 설쳤다’(49.1%)는 등 후유증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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