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활약’ 꿈 꾼 통일부…북한 무호응에 존재감 ‘미미’

-대북 지원, ICBM 도발로 찬물
-북한 올림픽 참가도 미지수
-이산 상봉, 대화 복원 모두 먹구름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새 정부에서 통일부가 특히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임명장을 수여하며 이렇게 말했다. 단절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대북 정책을 주도해나갈 통일부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약 6개월, 북한의 관계 개선 거부와 잇단 고강도 도발로 통일부는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75일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가운데 통일부의 주요 정책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1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연내 실시하는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계획을 지난달 27, 28일경 미국과 일본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9월 유니세프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취약계층에 모두 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지만 “적절한 시점을 보고 있다”며 집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통일부가 공여 계획을 밝힌 직후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연내 집행은 어려워졌다는 분위기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참가를 독려해 ‘평화올림픽’을 치러내고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국면 전환을 모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력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유일한 종목인 피겨 페어스케이팅 참가 신청 마감 시한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미국 NBC 방송은 전했다. 북한이 끝내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차순위자인 일본에 출전권이 넘어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번주 중 북한 IOC 위원장을 스위스 로잔으로 초청해 올림픽 참가 여부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북한이 와일드카드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면 미국과 협상에 나선다”는 대화 조건을 밝히고 한국과 비정치적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설지 낙관할 수 없다.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추진해온 사업들은 이렇게 무산되거나 미뤄졌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제의에도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함께 단절된 남북 대화 채널 복원도 북한의 무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개성공단 기업과 남북 경협 기업에 추가 지원을 의결하고 연내 집행 방침을 결정한 것이 뚜렷한 성과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북한의 호응 없이도 집행할 수 있지만 통일부가 북한 도발에 따른 국내외 여론을 살피느라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지지율 70% 안팎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인 임기 초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향후 다른 관계 개선 사업은 더 기대하기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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