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금수저 올드보이

은행연합회장에 60대 중반의 김태영 전농협은행장이 결정되고 우리은행장에 손태승 글로벌부문장(58)이 내정됐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들이다. 다행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금수저 올드보이 논란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나이듦에서 오는 경륜을 폄훼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흘러가는 세월은 너무도 정직하고 누구나 노인이 되어간다. 하지만 젊은 시절 적어도 관운에선 남부러울 것 없이 영화를 누린 분들이 고희(古稀 70세)를 넘기고 산수(傘壽 80세)를 바라보는 시기에 다시 공직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는 건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책임은 별로 없으면서 연봉 수억원에 자동차와 사무실,비서 거액의 판공비까지 쓰는 자리라면 더 그렇다.

노욕(老慾)은 늙어 생기는 욕심이다. 노인이 부리는 욕심이기도 하다. 어느쪽이든 부정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반면 청년이 부리는 욕심에는 마땅한 단어가 없다. 젊은이에겐 당연하고 노인에겐 특별하다는 얘기다. 노욕뿐 아니라 노탐(老貪)과 노치(老恥) 노추(老醜)라는 단어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연합회장, 무역협회장 물망에 올랐던 전 경제부총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수저 올드보이들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고문 등의 직책으로 정책 자문역을 충실히 수행했던 인물들이다. 손해보험협회장에 오른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도 마찬가지다. 어느모로 보나 논공행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논공행상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국가와 사회에대한 기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앞날이 구만리인 중장년들의 몫이어야 한다. 그들에겐 인생의 중요한 모티브다. 양보가 필요한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은 정책이 좋아서라기보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보는게 옳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힘입은 바 크다. 정책입안 과정에 참여했다고 논공행상을 바라는 건 욕심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자리가 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게감이 다르다. 장관이나 그에 버금가는 관직을 지낸 분들에게 단체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익단체의 수장은 업계의 현안사항을 풀어야 하는 자리다.

정상에 서 본 사람들은 그들만이 누리는 희열과 특권을 안다. 그걸 또 차지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방향은 달라야 한다. 금수저 올드보이들에게 타고난 건강과 열정으로 경륜을 펼칠 일이 필요하다면 그건 무보수 봉사직이거나 실비만 제공받는 정도인게 좋다.

원로로서 정책자문에 충실하고 그걸 재능기부로 생각하면 명예를 얻을 수 있다. 신념과 애국심으로 경륜을 빌려준 것이 된다. 시간의 비법을 전수받은 큰어른으로 남을 수 있다. 말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정부를 향해, 국민을 향해, 불편한 진실에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다.

그런 분이 없지도 않다. 그는 지금도 자주 강연을 하고 인터뷰를 통해 규제개혁 하라고, 케이블카 놓으라하고 복지를 확충하려면 세금 올리라고 주장한다. 상식에서 벗어난 사드보복을 일삼는 중국에 규탄결의안 한번 내지 않은 국회를 질타한다. 놀랍게도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분이다.

미련이 남아도 물러서며,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가운데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게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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