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늑장]정부 정책운용 차질 우려…예산집행 지연에 경제정책 방향 혼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사상 최대인 42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도 차질이 예상된다. 내년초 예산집행이 일부 늦어짐은 물론 이달 중순에 발표할 예정인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도 내년 재정집행 계획을 충실히 반영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신속한 국회통과가 시급한 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재부 예산실 등 관련 부서 핵심 관계자들은 여야의 추가협상이 진행중인 4일에도 다른 일정을 제처놓고 필요할 경우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국회 주변에 머물며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의 핵심인 예산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며, 늦으면 늦어질수록 재정확대의 효과가 감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ㆍ확정 시한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헌법 54조 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2014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도록 강제규정까지 두고 있다.

이처럼 예산안 처리시한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최소한 회계연도 개시 1개월 전에 예산안이 확정돼야 재정의 원활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공고하고 자금배정 계획을 확정할 수 있다. 재정사업 발주 등 집행에 필요한 준비작업도 진행해야 연초부터 재정을 풀 수 있다. 동시에 지방의회는 회계연도 개시 15일 전인 12월15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는데, 국회의 예산안 의결이 지연되면 지방재정 편성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재정이 늦게 집행되면 그 효과는 감퇴할 수밖에 없다. 김 부총리도 그동안 예산은 적기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회의 법정시한내 처리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법정시한인 지난 2일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자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등 새로운 사업이 많아 예산 확정이 빨리돼야 부처가 준비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다”며 애타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우리경제가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3%대 성장이 예상되지만, 이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재정확대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의 소득안정을 위해 예산안의 신속한 확정과 집행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각 부처의 사업계획을 반영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이를 충실히 반영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발표 일정도 이달 하순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여야의 협상이 계속 진행돼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신속하게 국무회의를 열어 배정계획을 확정하는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해 준비 기간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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