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法 위에 군림하는 與野…예산안 미뤄도 처벌 규정이 없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첫 법정시한 넘겨
-처벌 규정 없어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
-정부부처ㆍ지자체만 ‘속앓이’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법은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12월2일)을 준수토록 강제한 ‘국회 선진화법’이 그렇다. 이 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국회를 운영하는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은 지난 2일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을 만든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금배지를 달고 다닌다. 일반 국민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가차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한민국과 너무 다른 현실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014년 5월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를 강제하기 위해 ‘본회의 자동부의제도’를 국회 선진화법에 명시했다. 예산안 의결기한(12월2일)이 헌법에 적시돼 있는데도 매년 말 ‘예산전쟁’을 치르느라 법 위반을 반복하자 아예 본회의 상정요건을 못 박아 버린 것이다.


여야가 예산안 의결기한 48시간 전인 11월30일까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예산안은 당초 ‘정부안’대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당시 다수당인 여당(현 자유한국당)에 유리하도록 만들었고, 야당은 이견이 있더라도 정권의 국정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2015년과 지난해는 법정처리시한 당일 정부 예산안 여야 합의안이 나왔고 이틀날 새벽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됐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본회의 자동부의제도가 무용지물이다. 야권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예산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121석인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116석, 국민의당은 40석이다. 민주당이 정의당(6석), 민중당(2석), 무소속(2석) 표를 모두 확보해도 150표를 넘기 힘들다.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정부는 새 예산안을 만들어 다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준예산’ 사태가 불보듯 뻔하다. 준예산은 인건비, 기관운영비, 계속사업비 등만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예산이다. 국회의장이 섣불리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준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없다.

문제는 여야가 법정처리시한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구속력도 떨어진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회가 교섭단체간 협의를 근간으로 운영되는 만큼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기 어렵다”면서 “누구를 처벌해야 할지 모호한데다 처벌 규정이 생기더라도 쟁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처리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여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및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의 선출 일정이 정치상황에 따라 지연돼도 처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으로 여야는 2016년도 정부 세입ㆍ세출에 대한 결산안도 아직 처리하지 않았다. 결산안 법정 처리 시한(8월31일)은 이미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는 늦어질수록 나라 살림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한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헌법에서 새해 예산안 의결기한을 한 달간 여유를 둔 것은 정부가 안정적으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둔 것”이라면서 “특히 정부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먼저 국가 예산이 확정돼야 새해 사업을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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