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여야 이데올로기 싸움된 예산안

- 본질 대결로 들어가자, 양보없는 보수ㆍ진보
- 2018년 예산안, 갈등만 남긴 채 넘어가나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데올로기가 예산을 붙잡았다.

보수에게 지출을 대놓고 확대하는 정부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망국정책이다. 진보 역시 9년 만에 잡은 정권의 첫 예산을 절대 사수한다는 각오다. 자존심이 걸리자, 국회는 자신이 정한 법정시한도 잊었다.

예산안이 단순한 조정을 넘어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까지 번지자, 여야는 논의 자체가 힘들어졌다. 60년간 이어온 보수 대 진보 프레임이 예산안에도 작동했다. 수 시간 회동을 하고도 “법정 시한 지키자”는 이야기만 반복했던 이유다.

[사진설명=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 저지”라며 “막대한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예산안’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했다.

정태옥ㆍ장제원 한국당 대변인 논평에서도 ‘포퓰리즘ㆍ퍼주기’란 단어는 계속해서 나온다. 논점은 결국 정부 지출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한 관계자는 이를 “정체성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말도 안 되는 정책’으로 꼽은 부분은 최저임금 보전이다. “가계ㆍ기업ㆍ정부로 돌아가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이 가계에 공급하는 사임금을 정부가 대신하겠다는 것이냐”는 것이다.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부분도 비슷한 구도다. 세금 늘리고 공무원 뽑아, 복지와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정부에 야당은 자본시장을 무시한다고 맞섰다. 장 대변인은 “망국의 지름길로 가는 예산이다. 넘길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미 “장렬히 전사하자는 생각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넘길 때 넘기더라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보이콧’ 등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 2 2’ 회동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는 이유도 같다. 본질적 대결로 좌파와 우파가 붙었으니, 할 말이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한국당보다 국민의당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했다. 반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는 “전화하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회의장ㆍ3당 원내대표 모임도 취소됐다. 이미 ‘표 대결’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정치는 타협이고 협상인데, 지금은 수용될 수 있는 범위를 찾을 수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