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석방” vs “구속적부심의 본질”…법원의 잇단 석방 놓고 갑론을박

-‘사정 변경없는’ 석방에 검찰 등 법조계 ‘갸우뚱’
-“관점을 달리한 구속적부심 타당” 의견도 많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구속수감돼있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조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됐다. 모두 10여일 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됐던 피의자들이다. 법원이 영장발부 불과 열흘 만에 인신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뒤집으면서,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구속적부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자의적으로 구속 여부를 달리 판단했다고 비판한다.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이 그간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거나 새로운 물증이 발견되는 등 사정변경이 있을 때에만 영장전담 판사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같은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법리 판단을 해 석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검찰도 당시 “사정변경이 없는데 적부심을 인용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장관 등 피의자들이 영장심사를 받은 뒤 구속적부심사를 받기까지 어떠한 사정변경이 있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법원의 잇딴 석방 결정에 대해 "자의적 석방"이라고 섣부르게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김 전 장관을 석방하면서 결정문에 "검찰의 압수수색 정도와 내용,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없다"고만 간단하게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공직에서 이미 퇴직한 상태라 과거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법원이 영장 판사의 결정을 뒤집으면서도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사법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법관도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동진(48ㆍ사법연수원 25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에 대해 동료 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는데 납득하는 법관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었더라도 이번 결정이 구속적부심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속적부심은 헌법 12조 6항에 규정된 피의자의 고유한 권리로, 구속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다시 한번 판단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인신구속 여부에 대해 같은 심급에서 관점을 달리해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는게 구속적부심의 본질”이라며 “구속이 적법한지 제대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구속 편의주의에 대해 법원이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정당하게 제동을 걸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30일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된 조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사무총장은 지난달 13일 오전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가 끝날 무렵인 14일 자정께 검사실에서 영장없이 긴급체포됐다. 법원은 당시 조 사무총장을 석방하면서 “종일 조사한 뒤 심야에 긴급체포하는 관행이 수사의 효율성과 편의를 이유로 한계없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법원은 조 씨가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범행을 일부 자백한 점에 근거해 긴급체포할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검찰이 조 씨를 조사하던 도중 적법하게 체포영장을 발부받거나, 조 씨를 귀가시킨 뒤 별도로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공범들이 구속된 상태라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법원은 피의자의 인신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치열하게 갈등해왔다. 각자의 입장차도 뚜렷하다. 검찰은 원활한 수사를 위해 인신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인신구속 여부를 심사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면 곧바로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도 있는 것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인신구속 사유를 개별적으로 따져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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