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TV 직구하는 까닭은? 미국 173만원ㆍ한국선 300만원

-블프 기간 불티나게 팔린 국산 TV
-미국에서 30~50% 저렴해 ‘역수입 현상’
-가전업계 “유통 구조가 다르기 때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매년 12월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별수송물류센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TV가 빼곡히 들어찬다. 국내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국 온라인 업체에서 직구한 항공 배송 물량이 몰리며 평소보다 통관 물량이 30~40%가량 증가한다. 특이한 점은 해외 직구로 들어오는 대다수 TV가 국내업체 제품이라는 것이다. 같은 상품인데도 국내와 북미지역의 가격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국산 TV를 역수입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5일 해외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 11월 24~27일(블랙프라이데이ㆍ사이버먼데이 기간) 동안 몰테일에서 판매된 TV는 3600대 가량이었다. 브랜드별 비중은 LG전자가 70%, 삼성전자가 25%, 소니가 5% 등이었다. 제품 가격만 보면 북미에서 판매되는 국산 TV는 국내가보다 30~50% 가량 저렴하다. 집중 할인 기간을 노리면 배송비와 각종 세금을 더해도 국내보다 최소 30% 이상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지난 4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한 TV가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번 블프 기간 이베이에서 삼성전자 75인치 UHD TV는 약 173만원에 팔렸다. 한국에서 비슷한 사양의 제품은 일반 매장에서 300만원에 팔린다. 국내에서 150만원에 거래되던 LG전자의 55인치 HD TV도 아마존에서 81만원에 핫딜 품목으로 떴다. 관세와 부가세, 배송비까지 포함해도 120만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와 북미 판매 가격 격차가 크다보니 매년 한국 소비자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하지만 가전업계는 유통구조의 차이, 생산원가와 시장 수요 등을 배제한 채 단순히 가격만 놓고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국내 제품은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부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지만,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TV는 경북, 구미 등 한국에서 생산된다. 반면 미국에서 팔리는 TV의 95% 이상은 멕시코산이다. 멕시코 인건비는 한국의 6분의1 수준이어서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국내 출하가격에는 부가세, 운송비 등 간접비용이 책정돼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10%인 부가가치세와 20%인 배송ㆍ설치비용 등이 가격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무료지만 북미에서는 주(州)마다 부가세 기준이 달라 출하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여기에 국내 제조사나 가전양판점이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출하가격보다 10~15% 저렴하게 판매된다”고 했다. 이어 ”무상 AS 기간도 국내는 2년, 미국은 1년”이라며 “미국에서 AS 기간을 연장하고 싶으면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의 유통 구조의 차이도 극명하다. 미국 소비 시장은 한국보다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크다. TV 판매량이 연 4000만대 수준인 미국에서는 대형 가전양판점과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업체가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정하게 얘기하면 미국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TV만 싼 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모든 제조업체의 TV가 싸다”며 “미국 시장은 한국 시장의 20배 이상 크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블프의 할인폭도 더 클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백화점ㆍ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물건을 들여와 직접 판매하는 구조다. 연말까지 물건을 팔지 못하면 악성 재고를 떠안기 때문에 과감한 할인으로 재고를 소진한다. 이와 달리 국내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가 물건을 팔 공간을 임대해주는 ‘특정 매입’ 구조다. 수수료만 취하고 가격은 입점 업체들이 결정하다보니 파격적인 할인율을 기대하기 힘들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최고 성수기로 미국 유통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앞다퉈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놓는 기간”이라며 “블프의 할인 폭과 미국의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국내 제품과의 가격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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