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코피 흘리며 숨져도 순직 아니다? 경찰 순직 논란 재가열

-공무원연금공단, 경찰관 10명 중 6명만 순직 인정
-“업무 연관성 입증해야” vs “의학적 입증 쉽지 않아”
-전문가 “질병 사망시 경찰 업무 특성 반영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근무 도중 코피를 흘리다 숨진 경찰관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경찰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순직 인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경북 포항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최모(30) 경장에 대한 순직을 신청했다. 경찰은 최 경장이 야간 근무를 하다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숨진 점, 잦은 야간 근무와 주취 민원 등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특성과 대기근무 중 사망한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최 경장의 사인에 공무 외적인 요인이 작용했고 의학적으로 공무상 과로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순직 처리를 불승인했다. 

경찰관의 순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울릉도 성인봉 지형답사에 나섰다가 숨진 고 조영찬 울릉경비대장도 주말에 초과근무시간 이후 산행하다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순직 처리를 거부 당했다. 그러나 공단의 상급기관인 인사혁신처는 그가 개인산행을 한 게 아니라 울릉도 주요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재심 끝에 그의 순직을 인정했다. 

순직 인정자 가운데 질병으로 사망한 인원은 54명으로 집계됐다.[사진=헤럴드경제DB]

경찰관의 순직 여부는 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를 통해 결정된다. 순직이 승인나지 않았을 경우 유족 측은 공단의 상급기관인 인사처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경찰은 업무적 특수성을 이유로 위험직군으로 분류된 직업이어서 다른 일반 공무원에 비해 순직 비율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의 순직 불승인율은 60.3%인데 반해 경찰의 순직 불승인율은 43.7%이다.

그러나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순직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복무 중 사망한 경찰관은 모두 483명으로 질병이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이었다. 그 중 151명만 순직을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56%(85명)만 순직이 인정됐다.

공단 측은 사망 원인과 업무 연관성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질병 사망의 경우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을 아는 입장에선 경찰이 근무 스트레스나 과로로 사망한 것이 명백한 경우가 있는데 유족이 질병과 업무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해야 하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족과 경찰 측이 인사처에 순직 재심을 해도 결과가 번복되는 경우는 매우 낮다. 최근까지 재심 인용 승소율은 21.9%로 10명 가운데 2명만 순직 인정 결과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단 측이 경찰의 현장 업무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순직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위험직군으로 분류하면서도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일반공무원의 기준으로 순직 여부를 판단해 경찰의 업무 특수성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순직 심사 과정에서 경찰의 업무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순직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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