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심병원 甲질 해부②] “간호사는 회식때 예쁜 옷 입고 술 따라야 했다”

-교수ㆍ병원간부 취향에 맞게 좌석배치
-장기자랑 땐 “속옷ㆍ엉덩이 보이게” 주문
-“인권침해 조사…가해자 처벌 시급”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부서 회식에 간호사들은 각 파트 교수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고 가야 했다” (한림대학교 춘천 성심병원 간호사 A씨)

한림대학교 춘천 성심병원의 부서 회식은 간호사들에게 고문이었다. 5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피해사례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은 회식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행해졌다. 


수간호사 간부는 회식 전 간호사들에게 “그날 예쁘게 입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회식 자리에선 간호사들은 각 파트 교수와 병원 간부들의 취향에 맞게 지정 자리에 배치됐다. 다수의 간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술 잘 마시는 교수님 옆에는 술 잘 마시는 간호사가, 젊은 여성을 좋아하는 병원 간부에게는 신규 간호사가 배치됐다. 일부 간호사는 수간호사로부터 “병원 간부 무릎에 앉아서 술 따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타 부서 간호사가 회식 자리에 차출되는 일도 빈번했다. 성심병원 전 직원 A씨는 “행정업무를 보는 곳이었는데 회식 때 꼭 타부서 간호사를 불러냈다. 관행적으로 여 간호사를 참석시켰는데 오프인 간호사도 회식 자리에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병원 행사에서 장기자랑를 준비할 때 간호사들은 매우 구체적인 동작까지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수간호사로부터 “웃옷을 엄지손가락으로 올리면서 속옷 보이는 동작도 해야 한다. 반바지는 엉덩이가 반쯤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당시 간호사들은 노출 심한 옷을 거부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상부에서 싫어한다. 꼭 입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장기자랑 논란 등 내부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춘천 성심병원은 지난 4일 조직문화 개선안을 담은 이메일을 의료원 직원 5000여 명에게 배포했다. 이 개선안엔 연례 체육대회 행사(일송 가족의 날) 폐지를 비롯해 ▷적정 수 직원 충원 ▷정시 출퇴근 실시 ▷자율적 연차휴가 사용 보장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등이 담겼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간호사 B씨는 “앞에서는 조직개선안을 발표했지만 뒤에서는 병원을 폐쇄하겠다고 노조를 탄압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동안 갑질 행태에 대해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갑질 횡포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병원 내 인권실태조사와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호사 C씨는 “고용노동부 실태조사를 포함해 간호사 인권 침해에 대한 전 방위적인 조사가 시급하다”며 “이번 장기자랑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수많은 간호사가 입을 닫고 있다. 문제제기를 하면 가해자 처벌은커녕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는 구조부터 끊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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