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 앉은 남성에 벌금 내라고?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임산부 배려석은 꼭 임신부만을 위한 전용석일까 아니면 약자를 위한 배려석인가. 해묵은 논란에 부를 지른 건 다름 아닌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위반시 벌금형 처벌’을 요구하는 글 때문이다.
과연 이를 위반한 남성에게만 벌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비임산모 여성은 앉아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임산부 배려석에 남성이 앉아도 규정 위반은 아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 측이 초기 임산부를 위해 마련한 자리로 말 그대로의 ‘배려석’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지하철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민원이 쇄도하면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위반시 벌금형을 부과하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의 행태에 분개한 여성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인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 신고’와 인증샷을 올리면서 이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텅 빈 객차 내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떡하니 앉아 있는 쩍벌남과 한 눈에 봐도 티 나는 임산부를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건장한(?) 남녀들을 보면 내심 이런 비난이 공감이 가기도 한다.

허우대 멀쩡하고 건장하게(?) 생긴 젊은 여성조차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간간히 목격하면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상투적인 말을 떠올리면서 왜 유독 그 비난의 화살이 남성을 향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 거리게 된다.

노약자석이 꼭 노인만을 위한 좌석이라기보다 약자(어린이·여성 등)를 위한 좌석이며, 임산부 배려석 또한 말 그대로 ‘배려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의 발단은 약자에 대한 우리사회 배려심의 퇴색이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점점 익숙해진 탓은 아닐런지.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으로 마련된 자리는 약자 중 최 약자인 아동을 위한 배려석, 환자를 위한 배려석까지 나올지 모른다.
또한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상반된 性을 향한 꼬투리 잡기식 공격과, 여론몰이,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조급성 등이 일반화 되어가는 ‘선진 대한민국’의 현실에 씁쓸함이 더해진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공사에 접수된 민원은 월평균 182.9건. 그런데 11월(28일 기준) 한달동안엔 5662건이 접수돼, 한 달 새 30배 넘게 뛰었다. 11월 접수 민원은 2015년(830건), 2016년(1394건) 연간 총 접수 건수보다 많았다.

‘임산부 배려석에 남성은 앉지 말라’ ‘왜 그런 방송을 하는냐’는 등의 상반된 민원으로 인해 지하철 관제사들은 안내 방송이 주 업무가 된 느낌이라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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