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5만배럴, 쉴 새 없이 수출되는 석유”…‘수출 첨병’ 울산 CLX를 가다

- 석유제품 전 세계로 수출…산유국 사우디에도 제품 수출
- SK이노베이션 지난해 매출 중 70% 수출로 달성

[헤럴드경제(울산)=손미정 기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를 수출한다.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이 사실은 SK에너지 울산Complex(이하 CLX)의 존재 가치로 증명된다. 이 곳은 수입된 원유를 정유한 뒤 선박에 실어 외국으로 보내는 전초기지다. 이름은 ‘T5’.

초겨울 바닷 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말 기자가 찾은 SK에너지 울산CLX T5는 생산되는 석유제품의 수출을 위해 쉼없이 가동 중이었다. T5는 3번에서 8번까지 여섯 개의 부두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울산CLX 내항부두를 포함해 총 8개 부두에서 수출된 정유제품의 규모만 약 2억191만 배럴이다. 하루 평균 약 55만 배럴이 수출된 셈이다. 

SK에너지 울산CLX의 T5. T5는 울산CLX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의 약 70%를 수출하는 관문으로서 SK에너지 수출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제공=SK이노베이션]

해외 수출은 SK에너지를 비롯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실적에 큰 축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 39조5000억원 중 70%에 달하는 27조5000억원을 수출로 달성했다.

생산력 만큼이나 수출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울산 CLX는 ‘수출 첨병’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T5 부두관리와 탱크관리를 담당하는 조정실에 걸린 최태원 회장의 친필 서명은 CLX 내에서도 T5가 갖는 위상을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김대영 석유출하2팀 선임대리는 “과거에는 생산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많이 중요해졌다”며 “회장의 관심이 높아 새해가 되면 T5에 들르곤 한다”고 전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있는 T5는 8부두 건설을 마지막으로 1993년 현재 모습을 갖췄다. 1966년 3부두가 완공됐고, 1980년대 선경이 유공을 인수한 이후에도 꾸준히 부두를 건설했다. 그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증설도 진행됐다. 부두 증설 및 추가 건설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기초 단계부터 120%의 투자를 진행한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안목이 있었다. 덕분에 당초 7만톤으로 설계된 7부두는 현재 15만톤의 배가 접안할 수 있는 규모가 됐고, 8부두에는 길이 280m, 16만9500톤의 배가 접안할 수 있다.

울산 CLX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은 전세계로 수출된다. 아시아권을 비롯해 유럽, 심지어 자원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량 증가가 눈에 띄는 국가는 대만과 베트남, 일본 등이다. 올해 10월까지 누적수출량을 전년동기 수출량과 비교해보면, 대만은 약 70%, 일본은 30%, 베트남은 68% 가량 늘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한ㆍ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산 석유제품의 수입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차를 타고 바다 위 긴 파이프를 따라가다보면 마지막 부두인 8부두에 도착한다. 8부두에는 약 5만6000톤(40만 배럴) 크기의 호주 선박이 접안해 두 개의 로딩암(loading arm, 선박에 원유를 공급하는 파이프)을 통해 디젤유를 선적하고 있었다. T5는 디젤의 경우 시간당 4만 배럴을 출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대규모 선박이 접안 가능한 이점과 함께 울산CLX가 가진 경쟁력이다. 시간이 곧 비용인 선박 운송에서 시간 단축은 곧 ‘가격 경쟁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큰 배를 접안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송 단가가 떨어짐을 의미한다. 수출 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시간당 출하량도 많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빨리 제품을 실어 나갈 수 있어 비용과 시간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역군’으로 활약하는 울산CLX는 최근,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하는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 실현에도 선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SK에너지는 1조원을 투자해 울산CLX에 4만 배럴 규모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친환경 석유제품 생산을 늘림으로서 글로벌 황 함량 규격 강화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여기에 환경적 가치까지 창출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이다. 이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라는 SK의 ‘딥체인지’의 연장선에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탈황설비 투자 결정 당시 “딥 체인지 2.0의 강력한 실행을 위해 회사 주요 기반인 석유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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