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빅배스(?)… 박대영 삼성重 사장, 이례적 실적 공개 왜?

- 부실 미리털어내기 가능성… 해양플랜트 또 손실?
- 박대영 삼성重 사장 교체 가능성도 영향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삼성중공업이 올해 4분기 56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실적 전망이 아닌 대규모 적자를 미리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곧있을 사장단 인사와 관련 ‘선제적 빅배스(big bath)’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 50년동안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이 6일 공시한 사항은 크게 두가지다. 실적이 악화됐고,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계획 발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누적 영업적자 4900억원이고, 내년에도 24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4분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실적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통상 잠정실적을 공시하는 기업(삼성전자 등)들의 경우 분기가 끝난 이후 보름 내에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하고, 이후 확정실적치를 공개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4분기 영업적자폭이 천문학적이라는 데에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 6조4886억원, 영업흑자 717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4분기에만 영업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올 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공시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4분기 실적악화 이유에 대해 ▲인력 구조조정 실패 ▲고정비 부담 증가 ▲손실 충당금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위로금 및 강재가격 인상 등을 꼽았다. 반면 삼성중공업이 꼽은 이같은 이유들은 대부분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었던 부분이다. 또 에지나 FPSO 인도에 따른 손실충당금 규모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구체 숫자를 밝히지 않아 또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쏟아진다. 특히 직전분기까지 흑자였던 실적이 불과 한분기 사이 돌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해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 실질 원가 계산을 재산정하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이 나빠질 개연성은 있다”면서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그 액수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오는 해석은 ‘선제적 빅배스’다. 빅배스는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기법인데, 통상 CEO가 교체된 이후 이전 CEO의 부실을 털어내는 방법으로 원용돼 왔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조단위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사실이 후임 CEO 취임 후 밝혀지면서 ‘빅배스’ 아니겠느냐는 관측들이 나온 바 있다.

이날 대규모 손실 사실을 사전 공지하고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증 실시 계획을 밝힌 것은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분은 사장단 인사와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1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사장단 인사를 진행중에 있다. 12월 중 사장단 인사가 발표될 전망이다.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과 ‘세대교체’ 두가지로 요약되는데, 박 사장의 경우 1953년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업 대표이사 권오현(52년생), 윤부근(53년생), 신종균(56년생)이 모두 교체됐다. 재계에선 1958년생을 기준으로 이전 출생자들의 경우 퇴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 사장 역시 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선 대우조선해양 사례에 비추어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연임을 위해 대규모 실적 부풀리기를 한 죄로 구속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두사람이 재임 시절 회계를 부정하게 해 부풀린 실적 규모는 조단위로, 올들어 대우조선은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다시 투하되는 사태까지 빚어진 바 있다. 때문에 퇴임 전 박대영 사장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다 털고 가겠다는 의지라 바라보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이는 사장 의지에 따라 회계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전제돼야하기 때문에 다만의 추측에 그친다.

삼성중공업이 또다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많은 14척에 140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잔고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고유가 시대때 발주됐던 플랜트라 인도지연 가능성 등은 상존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씨드릴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10억달러)의 경우 씨드릴의 자금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무기한 납기 연장 상황이 걸려있는 형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삼일회계법인이 회계감리를 맡고 있는데 회계부정 등은 없었을 것”이라며 “해양플랜트에서 알려지지 않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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