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어서, 어서…의료진 ‘생명 향한 절규’로 가득…

도봉구 한일병원 응급실 르포
하루130명·주말엔 200명 
진단서 수술까지 의사도 초긴장
탈장할머니…손가락 봉합수술…

생후 1주일된 아이 끝내…
환자 못살리면 침통함 가득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의료진

“CPR(심폐소생술)준비해주세요. 어서요 어서!”

의사의 목소리가 절규에 가까웠다. 건물 10층에서 떨어진 30대 남성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 10여명이 매달려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4시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 응급실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긴급 상황이다.

약 40분 간 전투 끝에 의사가 병실 커튼을 열고 나왔다. 하늘색 의료 가운은 땀에 흠뻑 젖어 짙은 남색으로 변해있었다. 어두운 표정이었다. 순식간에 적막감이 흘렀다. 매일 심폐소생술을 할 때마다 겪는 일이라고 하지만 허망한 마음은 감출 수 없어 보였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일병원 응급실 모습. 119구조대에 실려온 환자를 돌보느라 분주하다. 정세희 기자/[email protected]

적막은 119 사이렌 소리에 곧바로 깨졌다. 구조대에 70대 할머니가 실려 왔다. 탈장 환자였다. 그는 “아이고 나 죽는다. 너네는 누구냐. 저리 꺼져라” 병원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할머니는 고통에 울부짖다가 옆에 있는 간호사 박현정(31)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박 씨의 머리칼이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붉어진 얼굴을 한번 매만지지도 못한 채 그는 할머니를 달래기 시작했다. “어머니, 어머니. 아프시죠?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할머니를 겨우 달래고 의자에 앉은 간호사에게 괜찮냐고 묻자 그는 “그 할머니도 너무 아파서 그런 것이고 환자다. 우리는 참을 수밖에 없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밀려오는 환자에 아파할 시간도 없어 보였다. 그는 대답을 하면서도 병원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응급실 간호사 경력 7년. 몸에 배인 ‘긴장’이었다.

실제 의료진들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은 넘쳐난다. 한일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130명. 주말엔 200명이 넘는다. 수백 명의 환자를 전문의 1명, 전공의 2명, 간호사 6명 등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들도 바쁜 건 마찬가지였다. 응급실에선 진단과 처방, 간단한 수술까지 모두 한 곳에서 이뤄진다. 한쪽 수술실에선 과일을 깎다가 손가락을 잘린 남성의 봉합수술이, 바로 옆방에선 2도 화상을 입은 50대 여성의 처치가 이뤄졌다. 그 사이 “언제 진료 받을 수 있느냐”고 다급해하는 환자들을 진정시키는 일도 의사의 몫이었다.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노하우를 묻자 전공의 2년차 이승현(31) 씨는 “어디가 가장 불편한지 빠르게 파악하고 아프지않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짧게 답했다. 곧바로 팔을 다친 3살짜리 아이가 그를 찾았다. 아이는 자지러질 듯 팔을 잡고 울었다. 이 씨는 땅에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을 쳐다보고 “아가야. 아가야” 달래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프니? 팔을 한번 들어볼까?” 차분한 목소리에 아이는 눈물을 그렁그렁하면서도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오후 10시가 되서야 잠깐 휴식시간이 생겼다. 내내 바쁘게 뛰어다니던 이형주 응급의료센터 과장은 “이런 시간이 있어야 우리도 살지 않겠느냐”며 처음 농담도 던졌다.

전공의 1년차 정성태 씨는 의자에 앉자마자 의학서적을 펼쳤다. 힘들지도 않느냐는 말에 한참 뜸을 들이다가, 그는 일주일 전 만난 환자 얘기를 꺼냈다. “지난주에 태어난 지 일주일이 채 안된 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왔어요. 응급실에선 심정지 환자를 많이 만날 수밖에 없지만, 그 중 어린 아이를 심폐소생술 하는 건 흔치 않거든요. 부모는 오열하고 병원사람들 모두 울음을 참지 못했어요.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한 아이었는데….”

휴식도 잠시 다시 119구조대에 2명의 환자가 연이어 실려왔다. 간암 말기로 복통을 호소하는 70대 할머니, 오토바이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난 20대 남성이다. 공교롭게 둘은 비닐봉지를 들고 같이 구토를 했다. 다른 한쪽에선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고 한 30대 남성 환자가 연신 딸꾹질을 했다. 순식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의료진들은 모두 환자들 사이로 뛰어들어갔다.

유오상 정세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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